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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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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31. 2023

좋은 쌀에선 좋은 술이 나온다.

-귀한 쌀로 빚은 특별한 약주, '김포특주'를 음주해보았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쌀을 아주 소중히 여겨왔다. 대부분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농사를 짓는 나라에서 주식인 쌀이 얼마나 귀했던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수확한 쌀들 중 특등급, 최고로 분류되는 가장 좋은 쌀은 임금에게 진상되는 '진상미'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름을 날린 것이 바로 '김포금쌀'이다.


한강 주변의 비옥하고 기름진 넓은 평야에서 생산되며,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진상미'로서 오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김포금쌀'. 풍부하고 맑은 물만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하해혼충적토로 기름진 토양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태어난 쌀이 다른 곡식에 비하여 훌륭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주류 중에선 이 '김포금쌀'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술이 하나 존재한다. '김포특주', 최상급 품질로 인정받는 쌀을 원료로 하여 탄생한 약주이다. 임금님이 자시던 쌀로 만든 술은 과연 어떤 향미를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 그 맛과 향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귀한 쌀로 빚은 특별한 약주, 김포특주

금빛으로 이루어진 병은 상당한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임금에게 진상하였던 쌀로 만든 술만큼 그 무거운 의미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인지 뚜껑을 막는 띠지까지 붙여져 있는 상태이다. 병의 모양 자체는 다른 술들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황금색의 술빛 덕분인지 그것만으로 고풍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전면부에는 '김포특주'라는 명칭과 술에 대한 설명, '물, 제성, 누룩, 여과, 쌀' 등 몇몇 단어들이 적혀 있는데, 이 약주를 상징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듯하다.


'김포특주'는 '김포금쌀탁주'에서 맛과 품질이 뛰어난 100% 김포 금쌀로 빚은 명품 약주로서, 저렴한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천연감미료 '프락토 올리고당'으로 제품의 단 맛을 냈다.


쌀이 귀할 때 쌀로 빚어 1950년부터 이름을 날리며 내려왔고, 1,2차 발효 후 15일 이상 추가 발효 및 압착하여 쌀 향의 구수하고 은은한 단 맛과 풍미가 깊다고 한다.


고급쌀로 만든 특별한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5도, 가격은 4,000원이다. 한 병에 이 정도 가격이라면 요즘 나오는 전통주들과 비교해선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약주로 한정 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예전에 출시된 것들과 견주었을 때지, 최근 보이는 것들에 두면 싼 것이 맞다.

잔에 따른 술은 넓게 펼쳐진 보리 평야를 연상시킨다. 아직 맛을 보기 전임에도 술빛이 고급스럽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약주 특유의 씁쓸한 향기가 올라온다. 구수함과 미세한 달콤함, 산미가 섞여있긴 하나 다른 향보다는 약재의 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러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있어선 마시기 전부터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싶다.


궁금증과 함께 한 모금 머금으면 단 맛과 함께 구수함이 혀를 사로잡는다. 약재가 주는 씁쓸함이 생각보다 옅은 술이다. 향만 보아선 어느 정도 맛에 있어서도 약재의 느낌이 강하게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향보다 맛에서 호불호가 덜 갈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단 맛을 포함한 술은 고운 질감과 함께 입 안을 채워주고, 맛들은 크게 튀는 것 없이 조화롭게 혀를 스쳐 지나간다. 곡식이 주는 풍미가 상당히 우아하다. 거기에 15도라는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콜의 향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덤이다.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는 전혀 걸리는 것 없이 가볍게 넘어가며, 목넘김 이후에는 약재의 향과 구수함, 씁쓸함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향만 맡았을 때와는 달리 입에 들어온 후는 여운까지 약재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약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입에 넣는다면 예상보다 불편감이 없을 것이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단 맛과 곁도는 산미, 구수함과 약간의 씁쓸함, 부드러운 주감과 쌀의 풍미로 구성되어 있는 약주로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가격에 비해서 확실히 고급스러운 맛을 가져다주었다. 


맛 자체가 짙진 않으나 은은하여 잔을 반복해도 부담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처음에 느껴지는 향만 넘긴다면 누구나 양부가 갈리지 않고 음주할 수 있는 술이다. 만약 자신이 약주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입문주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주이나 약재의 맛이 강하지 않고, 각각의 맛들이 어우러짐이 좋아 입에 머금고 있기도 괜찮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갈비찜, 도미찜 등 한식을 추천한다. 보통의 안주라면 다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그중에서도 한식이 특히 좋은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도미찜과 한 잔 해보고픈 소이 있다.


'김포 특주', 좋은 쌀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구수한 매가 인상적인 술이었다. 특히나 약 4,000원 정도의 가격도 저렴하기에 구매하는데 큰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판매처에 따라 10% 이상의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살핀 후에 구매하길 바란다. 어차피 마실거라면 비싸게 마시는 것 보다야 가성비 있게 마시는 것이 좋으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김포특주'의 주간 평가는 3.8/5.0 이다. 우아한 단 맛과 구수함은 가격에 비하여 고풍스러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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