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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18. 2023

왁자지껄 떠들며 진탕 취하던 추억의 맛

-대전의 전통을 그대로 담았다, '대전 원생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던 보통 지역엔 그곳만의 막걸리가 존재한다. 서울이나 제주도, 인천, 광주 등 광역시는 말할 것도 없으며 작은 시나 읍을 가더라도 지역을 상징하는 막걸리를 하나씩은 볼 수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그곳을 나타내는 탁주가 있다는 것은 아주 예전부터 술을 즐기던 우리나라의 주류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오늘은 이런 지역막걸리들 중 하나인 '대전 원생막걸리'를 가져왔다. 대단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오랜만에 방문한 편의점에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이 막걸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술을 마주하고 내가 빈 손으로 나설리는 없었고, 그렇게 대전에서 태어난 탁주는 여러분들의 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대전 사람이라면 막걸리를 떠올렸을 때 높은 확률로 3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대전 원생막걸리'. 대전을 담고 있는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대전의 전통을 그대로 담았다, 대전 원생막걸리

지역 막걸리 치고는 상당히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보통 고장에 자리 잡고 있는 막걸리들을 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예스럽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대전 원막걸리'는 그런 면에 있어선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 리뉴얼을 거치지 않았을까.


짙은 파란색의 띠지와 슬로건처럼 쓰여 있는 'Daejeon is U', 거기에 폰트를 포함한 전체적인 외관은 '대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동시에 '원막걸리'에게 궁금증을 더해주는 듯하다.


'대전 원생막걸리'는 (주)대전주조에서 탄생한 막걸리로서, 국내산 쌀과 외국산 밀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쌀보다 밀이 많이 사용된 밀 막걸리이고, 특유의 걸쭉함과 청량감, 거기에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구수함은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훌륭한 시간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1700원. 역시나 지역 막걸리답게 최근에 출시되는 술들에 비하여 굉장히 저렴한 모습을 보여준다. CU 편의점 기준 가격이니 아마 마트나 주류판매점에선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잔에 따른 술은 맑은 우유를 따라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막걸리의 색깔이며, 눅진한 질감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약간의 산미와 함께 밀의 향기가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포도껍질, 밀, 곡식의 고소함 등이 차례로 은은하게 코를 건드리고, 알코올의 향기는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큰 특별함이 있다기보다는 비교적 무난한 향이다.


잔을 몇 번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물 같은 질감으로 막걸리가 혀를 안아준다. 단 맛과 산미는 비슷한 듯 하지만 산미가 약간 더 앞서 있으며, 이어서 미세한 텁텁함과 입자감이 혀를 어루만진다. 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담백하게 들어왔다가 깔끔하게 사라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료수 같은 막걸리가 아닌 술의 맛에 좀 더 치중되어 있는 막걸리이다. 단 맛과 산미로 시작된 멋매는 고소함과 약간의 씁쓸함을 남기고, 고운 질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곡식의 구수한 향을 코에 머무르게 만든다.

술 자체의 무게도 상당히 가벼우며, 흩어지는 듯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술의 시작부터 끝까지 진행 과정이 길지 않고 간결하다. 특별히 뛰어난 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떤 안주에 음주하여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디자인은 확실히 옛날 막걸리의 느낌이 덜하였는데, 향미를 확인하니 지역막걸리 특유의 느낌이 확 다가온다.


전체적인 맛이 아무래도 자연적이기보다는 인공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졌고, 감미료를 적당히 사용하였기에 막걸리 하면 떠올리는 그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긴 힘들다. 옛날 막걸리 하면 생각나는 보편적인 맛과 향. 그러나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왁자지껄 떠들며 마시기 좋은 맛을 가졌으니 관심이 간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해물파전, 김치전 등 탁주 안주 중에서도 전류를 추천하고 싶다. 고소하고 짭짜름한 전 한 조각과 막걸리 한 모금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아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전 원생막걸리' 전반적으로 무난한 막걸리였다. 크게 흠잡을 것도 없고, 크게 장점을 말하기도 어려운 흔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에게 가장 정겨운 막걸리.


아쉽게도 현재 온라인에선 구매할 수 없기에 구매를 위해선 대형마트를 방문해야 한다. 이 술을 사는 것을 목적으로 대형마트를 가기보단, 대형마트를 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을 권한다.


대전을 담은 '대전 원생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0/5.0이다. 노란 주전자에 담아 음주하기 딱 좋은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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