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May 23. 2024

술독에 빠진 밀양의 사과

- 밀양의 사과에 취하는 오늘, '밀양이오'를 음주해보았다.

사과는 예로부터 참 다양한 역할로 우리에게 사랑받아온 과일이다. 청은 말할 것도 없고, 잼, 주스, 샐러드, 향료 등 정말 셀 수도 없이 여러 분야에서 쓰이며 오랫동안 그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술에 있어서도 사과의 특별함은 멈추질 않는데, 위스키, 막걸리, 사케 등 어떤 주종을 말하더라도 포함되지 않을 것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오늘은 사과가 들어간 수많은 주종들 중, 증류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밀양이오', 사과하면 생각나는 고장 밀양에서 만들어진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밀양의 사과에 취하는 오늘, 밀양이오

병의 형태 자체는 비슷한 용량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긴 병목을 은색의 포장지가 전부 감싸고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 듯하다. 전면부에는 '밀양이오'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원료인 사과가 그려져 있으며, 병 안으론 증류주다운 투명한 샘물이 마시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사과를 이용했다는 특징이 겉으로 그렇게 강하게 드러나진 않으나, 오히려 그 모습이 그 안의 잠들어 있는 풍미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밀양이오'는 '레드애플팜'에서 얼음골사과를 발효 후 상압식 동증류기를 이용하여 증류한 소주형태의 사과증류주로서, 독립운동가인 약산 김원봉 선생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상큼한 사과의 은은한 풍미가 느껴지며, 증류과정에서 숙취원인물질을 제거하여 이취가 없고, 주정, 감미료 등 일절의 첨가물이 없어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5도, 가격은 14900원. 혼자 마셔도, 둘이 마셔도 좋은 양에 살짝은 부담될 수 있는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살짝 비싼 금액을 지녔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체감이지, 최근 나오는 전통주와 비교한다면 전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맑고 깨끗하며, 참으로 투명한 모습. 단 하나의 이물질도 떠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술방울은 술에 대한 기대감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준다.


얼굴을 가까이하니 살짝 날카로운 알콜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전반적으로 사과 과실의 향이 겉도는 아래에 알코올의 향이 자리 잡고 있는 형태이며, 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고 사과 특유의 감향이 알콜과 잘 어우러져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풋풋한 청사과보다는 잘 익은 빨간 사과의 내음을 떠올리고, 조금 달짝지근한 향내를 지니고 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 안아준다. 향과 비슷하게 맛의 진행을 보여주는 친구이다. 알코올과 그윽한 사과의 향미, 미미한 고소함에 더해지는 감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끝부분에서 25도라는 비교적 높은 알코올 함유량으로 인한 씁쓸함이 살짝 도드라지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입으로 술을 들이킬 때 술의 향미는 혀가 끝이 아닌 동시에 코까지 찾아오는데, 이로 인해 알콜을 머금은 사과에 취해가는 기분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잘 만든 소주에 사과의 향미를 덧씌워져 있다. 적당한 바디감에 쌉싸름한 과일을 입안에 퍼뜨리며 나아가고, 탄산 없이 이어진 고운 목넘김 이후에는 알코올의 씁쓸함과 고소함, 약한 감미와 과실의 향을 퍼뜨리며 사라진다. 사과의 향에 더해지는 미미한 떫음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으며, 속에 조그마한 반딧불이 피어오른다. 여운의 길이는 약 5초로서 끝맛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나 알콜의 비중이 큰 편이니 이 점을 미리 생각하고 받아들이길 바란다.


씁쓸하게 다가오는 사과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취하고 싶은 날 혀를 적시기 좋은 술로서, 코와 혀가 동시에 사과나무 아래에 묻힌 술독에 물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5도라는 알코올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그 고미 사이로 은은한 사과의 풍미가 다가오니, 자신이 달콤한 술보다는 알코올감이 느껴지는 증류주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꺼끌한 맛매로 강한 바람을 이기고 개화하는 사과는 확실히 그 사이에서도 크게 죽지 않고 매력을 발한다.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탕류를 권한다. 밀양이오 한잔에 광어회 한 점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여러분에게 선사할 것이다.


'밀양이오', 사과로 취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술이었다. 어슴푸레하게 자리 잡은 따뜻함이 꽤 괜찮더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다만 그 차이가 정말 작으니 보이는 곳에서 구매해도 상관없을 듯하다.


밀양의 사과로 탄생한 '밀양이오'의 주간평가는 3.6/5.0이다. 술독에 빠진 사과를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