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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29. 2024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되다

- 파도처럼 취기가 스며들다, '화동원'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한 병들고 왔다. '화동원', 한자를 모르고 이름만 들어선 왠지 모르게 꽃이 만발한 동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힘 있게 쓰인 글자가 마음에 들어 집었던 술인데, 도수가 무려 40도가 넘더라. 과연 이 뜨거운 주류는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파도처럼 취기가 스며들다, 화동원

무난히 고급져 보이는 외관을 지닌 작품이다. 꽤나 익숙한 병의 형태에 병목의 끝부분은 검은색 포장지로 마감되어 있으며, 안쪽에 고요히 잠들어있는 술은 얼핏 보아도 참으로 깨끗하게 느껴진다. 전면부에는 작품의 이름인 '화동원'이 굵고 멋들어진 한자로 적혀 있는데, 이 흰색배경 아래 수 놓인 문구가 상당히 좋은 어우러짐을 가져다준다. 그리 다양한 디자인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고풍스럽게 다가오니, 술이 가진 매력을 잘 살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참고로 술병의 옆에 쓰인 '화광동진'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되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화동원'은 '농업회사법인비즌양조'에서 갓 도정한 남원 쌀로 만든 술로서, 최첨단 양조설비를 이용해 탄생시킨 맛과 향이 부드러운 감압식 증류주이다.


청정지역 남원 금지면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쌀을 이용해 태어났으며, 미끄러지는듯한 부드러운 질감과 42도의 도수가 가져다주는 알싸한 맛의 여운, 거기에 묵직한 목넘김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2도, 가격은 45,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괜찮은 양에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꽤나 부담되는 금액을 가졌다. 웬만한 엔트리급 위스키 이상의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잔에 따른 술은 병 밖에서 보았던 것처럼 맑고 깨끗하다. 여타 증류주와 차이가 없는 모습을 지녔고, 안에 담긴 샘물은 마시는 사람에게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코를 가져다 대니 달달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배, 설탕, 알코올, 숯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단히 말하면 배의 감향 아래에 알콜이 깔려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잘 만든 증류주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내음으로서, 42도라는 상당히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기에 알코올향이 조금 튀는 경향은 있으나, 너무 가까이에서만 향을 맡지 않는다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히는 과실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술이 맵싸하게 입 안을 채워준다. 수박의 끝맛에서 느껴질 법한 감미에 더해지는 철분과 소금기, 거기에 42도라는 도수답게 두드러지는 알콜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간의 감미가 혀에서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거의 고도수 특유의 맵싸함이 입 안을 채워간다. 이때 코에는 앞서 말한 달달한 감향이 맴도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역시 술이 가진 알코올이 덮어씌우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질감에 배의 감향에 더해지는 순수한 알코올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이다. 밖으로 보았을 때와 같이 전체적으로 깔끔한 과정을 가지고 있는 증류주이며, 목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감미와 맵싸함, 감향에 더해지는 알콜의 맛매를 코와 혀에 남겨 놓고 사라진다. 목 아래로는 조그마한 불덩어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러한 매력이 4~5초 정도 되는 후미와 합쳐지니 알딸딸한 기분과 함께 만족스러운 여운을 가져다주고 있다. 


기본 좋게 취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전체적인 향미에 있어서 크게 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며, 파도처럼 스며드듯이 입 안을 채우는 알코올과, 너무 놀라지 않도록 겉도는 감미와 감향은 생각보다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어느 정도 고도수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할만한 증류주이고, 보이는 것보다 알코올의 타격감과 맵싸함이 약하지만은 않으니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한 후에 선택하길 바란다. 잘 만든 소주, 그리고 알콜의 맛매가 약간 강한. 딱 그런 주류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탕류나 튀김류 등을 추천하고 싶다. 회나 매운탕도 좋고, 깐풍기 등의 중국요리류도 잘 어울릴 것이다. 깔끔하게 기름기를 씻어주지 않을까.


'화동원', 화하게 들어오는 증류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취기가 몸을 적셔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으니, 자신의 주량을 잘 생각해 보며 마시도록 하자.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당히 상이하다. 생각보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꼭 잘 살피고 구매하길 바란다.


남원 쌀로 탄생한 '화동원'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따뜻한 알콜에 몸을 뉘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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