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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26. 2024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바람을 느끼다

- 사과를 타고 불어오는 봄바람, '내국동주 바람'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빚어냈다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내국동주 바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리즈 중 바람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이다. 과연 이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이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사과를 타고 불어오는 봄바람, 내국동주 바람

겉으로 보이는 병 자체는 이 용량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 뭉툭하고 굵게 올라가며 짧은 병목을 지니고 있고, 그 끝은 금색의 뚜껑으로 고급스럽게 마감 지어져 있다. 전면부에는 곧은 글씨체로 적힌 '바람'이라는 서정적인 술의 이름이 조각배 한 척과 함께 강을 건너고 있으며, 왼쪽엔 '별 헤는 밤'이라는 익숙한 시의 제목이 윤동주 시인을 기리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전체적인 디자인의 느낌이 특유의 시적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듯하다.


'내국동주 바람'은 '내국양조'에서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바람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오랜 시간 뜸 들인 어머니의 시골밥처럼 정성이 담긴 증류주이다.


쌀증류주인 '바람'은 은은한 사과향을 지니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깔끔하고 고소한 향이 특징이기에 시원하게 마시면 더욱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0도, 가격은 12,500원. 혼자 마시기에도 좋고, 둘이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보다 약간 높은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조금 비싼 느낌을 가졌다. 물론 이 느낌이 끝까지 갈지는 술을 마셔봐야 알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투명하고 깔끔하며, 조각배가 지나간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고요하기만 하다. 매끄럽게 떨어진 술방울이 향미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코를 가져다 대니 은은한 사과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데미소다나 과수원 등 사과 음료를 떠올리게 만드는 달콤한 내음이 코를 스치고, 그 아래로 연하게 알코올이 깔려서 다가오고 있다. 향의 대부분을 싱그러운 사과 과실이 차지하고 있기에 부담스러움이 전혀 없으며, 일반적인 소주보다 높은 도수를 지니고 있음에도 확실히 알코올의 존재감이 옅게 자리 잡고 있다. 가벼운 사과의 단내가 맴도는 술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안아준다. 쌀의 감미와 함께 느껴지는 그윽한 사과의 향, 20도라는 도수엔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은 연한 알코올의 면모, 마지막에 슬며시 머무르는 미미한 씁쓸함. 전반적인 향미 중 어느 것 하나 강하게 느껴지는 것 없이 바람처럼 혀와 코를 스쳐 지나간다. 술의 이름이 왜 바람인가 했는데, 이런 주감이라면 바람 중에서도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든다.

술의 향미가 자체가 깨끗하게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크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맛매를 느낄 수 있으며, 물같은 질감과 적당한 바디감, 과수원을 타고 약하게 불어오는 풍미를 입 안에 선사한다. 목넘김 이후에는 코와 혀에 감미와 감향을, 목구멍에는 약한 쌉싸름함을 남긴 뒤에 사라진다. 이 때 후미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서, 깔끔한 여운을 가져다주어 다음잔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하다.


누구나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옅은 알콜감에 더해지는 은은한 사과의 풍미는 연달아 잔을 반복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부드러운 술이었고, 크게 튀어나온 것 없는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술의 특색이 약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너무 강하고 자극적인 주류에 지쳐있는 사람에겐 참 좋은 대피처가 될 것이다. 정말 곱게 들어왔다 곱게 떠나가니, 부드러운 술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마셔보아도 나쁘지 않다.


곁들일 안주로는 두부부침이나 새송이버섯구이, 도미찜 등을 추천한다. 술의 맛과 향이 그리 강하지 않다 보니 너무 강한 안주와 함께하면 술을 즐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국동주 바람', 명칭 그대로의 향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한 병을 비우는 내내 편한 시간을 맛볼 수 있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꽤나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기에 잘 살펴보길 바란다.


곱게 들어오는 '내국동주 바람'의 주간평가는 3.6/5.0이다. 연하게 부는 바람이 금방 잊힐까 걱정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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