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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19. 2024

가와지쌀로 만든 과실의 발랄함

- 외모와 닮지 않은 발랄한 향미, '가와지탁주 10'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보통의 막걸리에 비하여 도수가 높은 친구를 한 병 가지고 왔다. '가와지탁주10', 쌀의 이름을 그대로 술의 명칭에 옮겨놓은 친구인데, 도수가 꽤 높아 향미가 기대가 되더라. 과연 이 탁주는 어떠한 맛과 향을 선보일지, 어서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외모와 닮지 않은 발랄한 향미, 가와지탁주 10

상당히 단아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두꺼운 유리로 만들어져 뭉툭한 형태로 올라가며, 짧은 병목의 끝은 은색 뚜껑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흰 배경의 라벨이 자리 잡고 있는데, 물감을 톡 떨어뜨린 듯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디자인이 꽤나 매력적이다. 가와지라는 술의 이름 역시 길고 유려하게 쓰여 있고, 이러한 도안과 병 안쪽으로 비치는 상아색의 빛깔이 만나니 사람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작품이 탄생한 듯하다.


'가와지탁주 10'은 '배다리도가'에서 한반도 최초의 재배 벼 '고양 가와지쌀'로 세 번 빚은 삼양주로서, 인공감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깊은 맛을 이끌어냈다.


멥쌀이 가지고 있는 담백한 맛과 찹쌀의 쫀득한 단맛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경쾌한 알코올향과 순수한 쌀의 곡향, 균형 잡힌 바디감과 입 안에서 섬세하게 퍼지는 요거트, 자두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0도, 가격은 9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좋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해선 확실히 높은 알콜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살짝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녔다. 물론 늘 말하듯이 술을 마신 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른다.

잔에 따른 술은 흡사 우유라도 된 것 마냥 순백의 빛깔을 띄고 있다. 병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깨끗하고 밝게 느껴지는 상아색을 지니고 있으며, 


코를 가져다 대니 흔하지 않은 산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요거트, 라임, 딸기등에서 느낄법한 과실의 산향과 곡식의 감향 약간의 거기에 씁쓸함이 어우러져 있으며, 이 중 상큼한 내음을 중심으로 하여 향이 진행된다. 크게 질척이지 않는 깔끔한 향이고, 알코올은 끝부분에서 정말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달콤새콤한 술이 혀를 안아준다. 향에 비하여 맛에서 달콤함이 좀 더 크게 표현되어 있다. 멜론이나 참외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감미가 먼저 혀를 툭 건드리고, 이후 자두를 연상케 하는 산미가 옅게 나타나 맛을 끝까지 책임져준다. 이 달콤 상큼한 둘의 조합이 상당히 좋고, 우유와 요구르트의 중간정도 되는 질감 역시 부드러워 목넘김까지 기분 좋게 흘러간다. 일반적인 막걸리 보다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알코올은 존재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대체로 과실의 감미와 산미가 맛을 책임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술은 적당한 바디감에 캐릭터 있는 과일의 풍미를 입 안에 퍼뜨리며 나아간다. 목넘김 이후에는 앞서 말한 과일의 감미와 자두의 산미, 그리고 약한 쌉싸름함이 고소함과 함께 혀에서 맴돌며, 코에는 고유의 향이 약하게 머무르다 사라진다. 깔끔한 과실의 여운을 끝까지 느낄 수 있는 마무리로서, 후미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로 맛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향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맛의 요소들 중 하나가 튀어나와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주감이 뻑뻑하거나 그런 것도 없이 과실의 상큼 달콤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상당히 맛있게 음주한 듯하다. 사실 외관만 봐서는 무겁고 정말 술이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막상 잔을 들이켜보니 절대 흠잡을 곳 없는 막걸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도라고 하여 술이 부담스러운 것도 없으며, 오히려 그 아래 도수들보다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만약 자신이 풍부한 과실이 자리 잡은 막걸리를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지 마셔보아도 좋을 것이다.


술과 함께 곁들일 안주로는 제육볶음이나 순대볶음, 파전 등을 추천한다. 술이 달콤새콤하다 보니 약간은 매콤하고 묵직한 안주와 함께 한다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와지탁주 10', 외모와는 달리 발랄한 향미를 선보이는 친구였다. 이 도수에 이렇게 예쁜 맛을 내기도 참 쉽지 않을텐데.


판매처가 그렇게 많지 않은 술이다. 가격도 차이가 없으니 보이는 곳에서 구매하도록 하자.


가와지 쌀로 만든 '가와지탁주 10'의 주간평가는 4.2/5.0 이다. 가와지쌀은 참 훌륭한 곡식이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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