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May 17. 2024

소주에서 느껴지는 바다의 풍미

- 아늑한 바다에 몸을 담구다, '온806'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기분 좋게 취하고 싶어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한 병 들고 왔다. '온806', 크기는 조그마한 친구지만 도수 하나는 위스키에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과연 이 귀여운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아늑한 바다에 몸을 담구다, 온806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아 그런지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인다. 병 자체는 상당히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투명한 병목의 끝은 고급스럽게 포장된 코르크마개로 마감되어 있다. 전면부엔 술의 명칭인 '온806'과 함께 아늑해 보이는 집이 흑백의 그림체로 그려져 있는데, 이 서정적인 그림 덕분인지 술이 가진 분위기가 한층 포근하게 느껴진다. 배경의 색 조화도 좋아 전체적으로 단정하면서도 깔끔하게 디자인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온806'은 '주용 주식회사'가 강원도 원주의 특산물인 토토미쌀과 흐르는 남한강 상류의 맑은 물을 이용해 빚어낸 술로서, 여러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양조기 기술을 통하여 탄생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은 계절에 상관없이 한층 더 균일한 품질을 보이며, 긴 시간을 보내어 자연히 깊어진 풍미를 선물하고, 부드러운 목넘김과 청량한 풍미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200ML, 도수는 40도, 가격은 15,000원. 혼자 마시기에 딱 적당한 양과 그렇지 못한 높은 알코올 함유량, 용량대비 약간은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녔다. 당연하게도 구매 시 200ML짜리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용량이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껏 살펴보면 될 것이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은 굉장히 맑은 빛깔을 선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깨끗한 것이 벌써부터 어떤 향미를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술방울의 흐름 역시 매끄럽고, 깔끔하기만 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고소한 배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가장 윗부분에 잘 만든 증류식 소주에서 느껴지는 배의 감향이 머물러있고, 그 아래로 고소한 곡식과 누룩, 그리고 맵싸한 알콜이 차례로 등장한다. 아무래도 도수가 도수다 보니 어느 정도 알코올이 도드라져 있는 듯하며, 감향과 숯향의 조화가 꽤 괜찮다. 너무 가까이서 맡지만 않는다면 산뜻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고소한 술이 혀를 감싸 안아준다. 조금의 감미와 함께 짠맛이 느껴지고, 적당한 맵싸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다가오며, 견과류에서 느낄법한 고소함이 혀를 툭 건드린다. 술의 질감 자체가 굉장히 부드러워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이 때 혀 아래로부터는 촛불에 불을 붙인듯한 작열감이 나타나고, 고소한 함미가 중심이 되어 맛을 이끌어 가는 형태를 취한다. 전반적으로 청량하고 깨끗한 맛매를 지니고 있어 아무래도 고도수의 소주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술은 무난한 바디감에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의 풍미를 퍼뜨리며 나아간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구운 소금 같은 짠맛과 알코올, 미미한 감미와 고소한 향,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여운을 남겨놓고 사라지는데, 고도수 소주 특유의 향미와 속을 뎁히는 마무리가 확실히 만족스러운 끝맛을 선사한다. 맞이하는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도수에 비해서 깨끗하게 사라지는 편이다.


함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도수가 높다곤 하나 알콜의 역함은 잘 느껴지지 않고, 순수한 알코올에 더해진 함미는 매력적인 풍미를 보이며 혀와 코를 자극한다. 다른 맛보다 맵싸함, 함미 등이 조금 더 앞서 있긴 하지만 그 주위를 감미와 향이 맴돌며 적절히 도와주고 있기에 지나치다는 생각 역시 잘 들지 않는다. 그저 아늑한 바다가 떠오를 뿐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알코올감도 느껴지고 맵싸함이 목 아래로 남는 술이기에 깐풍기, 꿔바로우, 회 등을 곁들일 안주로 추천하고 싶다. 바삭한 꿔바로우 한 점과 온 806 한 잔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온806', 짭짤하면서도 매캐함이 매력적인 친구였다. 맛있는 증류식 소주를 음미한 기분이다.


판매처가 그리 많지 않기에 보이는 곳에서 사면 충분할 듯하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구매하자.


긴 시간이 들어간 '온 806'의 주간평가는 4.1/5.0이다. 함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07화 복숭아나무밭의 오솔길을 따라 샘물이 흐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