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May 13. 2024

실바람처럼 솔솔 매실이 분다

- 매실이 봄바람을 타고 불어온다, '매실원주'를 음주해보았다.

어렸을 적부터 매실은 우리의 삶에서 생각보다 가깝게 지내왔다. 약재로도 쓰이고, 청으로도 만들어지며, 특히 체를 하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 매실차나 즙을 마시며 속을 다스렸던 기억은 다들 머리 한쪽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어른이 된 만큼, 그 어릴 적의 추억을 생각하며 매실로 만들어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매실원주', 질 좋은 매실을 가득 담아 빚어낸 이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매실이 봄바람을 타고 불어온다, 매실원주

그리 크지 않은 병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술을 담고 있다. 뭉툭하게 자리 잡은 원통의 끝을 금색 뚜껑이 마무리하고 있으며, 그 위를 'PLUM WINE(매실주)'라고 쓰인 띠지가 감싸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면부의 라벨엔 '매실원주'라는 술의 이름이 정가는 글씨체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단순하지만 귀여운 배경에 삐뚤한 문구가 더해지니 외외로 술의 색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다채롭다고 말하긴 어려운 디자인이나, 그리 많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음에도 괜스레 정이 가는 생김새를 지녔다.


'매실원주'는 '더한주류'에서 기타 과실주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매실주 원액 100%로 담근 술로서, 황매실을 특허받은 제조 기술로 담아 매실 본연의 향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설탕 대신 제주도 꿀을 가미하여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완숙한 상태에서 7월경 수확되는 황매실을 이용하였고, 세계 품평회 및 우리술 품평회에서 수상을 통해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3도, 가격은 6200원. 혼자서 마셔도 좋고, 둘이서 마셔도 나쁘지 않은 양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알코올 함유량, 최근에 나오는 전통주들의 보면 비교적 평이한 값을 지녔다. 

잔에 따른 술은 노란 레몬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색깔을 선보인다. 가로등 불빛을 비춰내는 맑은 웅덩이 같기도 한 것이 탁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은 채로 매끄러운 술방울이 잔을 따라 흘러내린다.


얼굴을 가까이 하니 잘 익은 매실의 향기가 그대로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생매실과 꿀, 푸릇한 풀 등의 향이 느껴지며, 산뜻한 감향과 산향이 느껴진 뒤 생매실 특유의 꺼끌한 씁쓸함이 나타나 코를 간지럽힌다. 그리 높지 않은 도수답게 알콜의 향 역시 잘 느껴지지 않고, 다른 매실주들에 비하여 생매실의 느낌을 조금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초록 매실에 코를 대고 있는 기분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감미와 산미를 간직한 과실이 혀를 안아준다. 설탕의 단 맛이 혀를 건드린 뒤 매실 고유의 씁쓸함과 함께 산미가 나타나며, 향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은 혀의 끝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정도에 그친다. 맛 자체가 강하고 자극적이기보다는 은은하게 매실을 표현하고 있으며, 질감이 부드러워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여겨진다. 참으로 생매실을 조금 연하게 우려내서 곱게 담아낸 맛매이다.

적당한 바디감에 매실의 달짝지근한 풍미를 입 안에 퍼뜨리며 나아간다. 코에 퍼지는 푸릇한 향과 산뜻하게 맴도는 과실의 향미는 지나치는 맛없이 조화로워 술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목넘김 후에는 특유의 향과 달짝지근한 꿀의 감미, 매실의 옅은 산미와 쌉싸름함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그윽하게 재료를 녹여낸 술은 향과 맛의 사라지는 속도가 맞아 이름에 걸맞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때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깔끔하게 끝맺음된다.


실바람처럼 퍼지는 매실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술이다. 달달한 형태로 대중적으로 퍼져 우르르 모여 마시기 좋은 매실주가 있다면, 이 술은 좀 더 생매실의 온전한 모습을 마시는 사람에게 보여준다. 감미와 산미, 쌉싸름한 맛매 등 매실이 갖춰야 할 맛들을 모두 지니고 있고, 그 맛이 봄바람처럼 코와 혀에서 나긋하게 불어온다. 가격에 비하여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술이니 만약 자신이 매실로 만든 제품을 좋아한다거나, 은은한 향미의 주류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곁들일 음식으로는 오징어숙회무침, 소고기 구이, 더덕양념구이 등을 추천한다. 매실원주 한 잔에 오징어숙회무침 한 점은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할 듯하다.


'매실원주', 부드럽게 흐르는 과실을 느낄 수 있는 술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과 향도 괜찮으니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있나.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있다. 잘 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황매실을 담은 '매실원주'의 주간 평가는 3.8/5.0이다. 솔솔 부는 매실 바람을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05화 오크와 만난 감귤의 가치는 참으로 높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