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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08. 2024

강렬한 산미가 주는 잊지 못할 기억

- 산뜻한 산미의 늪에 빠지다, '여여 산미'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아주 톡톡 튀는 향미를 지닌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여여 산미', 이름부터 산미가 들어가 아주 뚜렷한 색깔을 지닌 이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산뜻한 산미의 늪에 빠지다, 여여 산미

상당히 기다란 병에 약주가 담겨 있다. 술을 담고 있는 병의 모양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으나 안으로 비치는 빛깔은 한눈에 보아도 평범하지 않은데, 곱디고운 색깔이 단순하기만한 디자인을 단정한 매무새로 바꾸어준다. 병목의 끝부분은 요즘 종종 보이는 크라운 캡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전면부에 붙어 있는 라벨엔 '여여 산미'라는 술의 이름만을 적어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술의 색깔이 참 보면 볼수록 우아하다.


'여여 산미'는 '지리산 옛술도가'에서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밀누룩과 도정한지 2주가 지나지 않은 함양 쌀을 이용해 탄생한 술로서, 근 100일에 걸쳐 발효숙성한 고급 약주이다.


개봉직후에는 단향, 단맛과 산미가 풍부하게 느껴지다가 잔을 반복할수록 산미가 도드라지는 특징이 있으며, 와인잔이나 작은 잔으로 천천히 음미하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5도, 가격은 18,000원. 혼자 마시기도 좋고, 둘이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알코올 함유량, 애주가가 아니라면 살짝 부담되는 한 병 가격을 지녔다. 이름부터 산미가 들어가다니, 얼마나 조화로운 상큼함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 보는 것보다는 좀 더 밝은 빛깔을 뽐낸다. 진한 레몬색을 띤 채로 고요히 술잔에 담겨 있으며, 안쪽이 흐릿하게 비추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탁도도 보유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왠지 모르게 노을이 지는 갈대밭을 연상케 만드는 장면이다.


얼굴을 가까이 하니 시큼한 산향이 올라와 코를 적신다. 레몬껍질, 파인애플, 복숭아, 매실 등의 상큼한 내음이 부드럽게 흘러나오며, 그 주변을 달짝지근한 감향이 맴돌고 있다. 15도라는 보통의 희석식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지녔지만 알콜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과실의 산향과 감향이 7:3 정도로 섞여 은은하게 나타난다. 개인적으론 미미하게 씁쓸한 파인애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어서 한 모금 음주해 보면 두드러지는 산미가 혀를 놀라게 한다. 단 맛이 혀를 스칠 때쯤 레몬에서나 느낄법한 산미가 팍 치고 올라오는데, 이 맛이 상당히 짜릿한 것이 곧바로 혀에 침이 고여간다. 향과 같이 맛에 있어서도 알콜의 역함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파인애플, 레몬 등의 여러 과일이 떠오르나 확연하게 레몬 쪽에 치우쳐져 있는 맛이다. 탄산 없이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목넘김까지의 과정은 가볍게 흘러가고, 강한 산미가 주인공처럼 전체적인 맛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산미가 강하나 지저분하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상당히 깔끔하고 산뜻한 주감을 가지고 있어 산미가 팍 튐에도 불편함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듯하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껍질째 갈아 넣은 레몬을 마신듯한 끝 맛과 씁쓸함, 거기에 특유의 향이 코에 살짝 감돌며, 이 때 후미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로 깔끔한 산미의 여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작품의 끈적임 없는 질감이 술을 그대로 즐기는데 좀 더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산미'라는 주인공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술이다. 처음에는 이 톡 튀어나오는 친구에 당황할 수도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공적인 맛매가 아닌 자연스러운 향미를 지니고 있기에 거리낌이 없으며,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목의 끝부분까지 닿는 듯한 상큼함은 이 술의 이름이 왜 '여여 산미' 인지 가르쳐준다. 평소에 신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가 없을 듯한 술이고, 그런 상큼함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겐 산미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싶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간단한 디저트류를 추천한다. 술의 매력이 강하기 때문에 너무 맛이 진한 음식보다는 치즈구이, 들기름 막국수 등 담백하고 고소한 음식이 잘 어울릴 듯하다.


'여여 산미', 압도적인 산미를 경험할 수 있는 술이었다. 혀에 그치지 않는 산미는 코까지 그 풍미를 전달하니,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을 경험해 보자.


판매처에 따라 가격차이가 그리 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구매하면 될 것이다.


산미의 늪, '여여 산미'의 주간 평가는 4.1/5.0이다. 강한 산미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지도.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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