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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06. 2024

무화과의 열매가 맺는 그날을 기다리며

- 못다 핀 무화과의 계절이다,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나라의 탁주 중 동동주라는 술이 있다. 밥알이 동동 뜬다고 하여 그러한 이름을 가지게 된 술인데, 예전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적이 있다. 물론 최근 와서야 막걸리에게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 얼굴을 찾기가 힘드나, 그래도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연유로 오랜만에 동동주가 떠올라서, 오늘은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라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밥알이 동동 떠있는 이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못다 핀 무화과의 계절이다,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

일단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최근에 출시되는 전통주보다는 비교적 예전 추억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병에 분홍색 뚜껑, 전면부 라벨에 자리 잡은 무화과 사진과 병 안에 동동 떠 있는 밥알, 거기에 흐르는 듯한 글자체로 적혀 있는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라는 이름까지. 전체적인 느낌이 확실히 지역막걸리와 비슷한 모습이다.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는 '도갓집'이 전라남도 영암에서 자란 높은 당도의 생무화과를 담아 만든 술로서, 100% 국내산 쌀과 수제 입국을 사용하여 누룩취 없는 깔끔한 향미가 특징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맛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술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달콤함과 상큼함은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4,200원. 혼자서 먹기도 좋고, 둘이서 먹기도 좋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와 비슷한 도수, 최근 출시되는 전통주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값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광녀 무화과가 동동주 안에서 어떻게 표현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잔에 따른 술엔 약간 어두운 상아색이 몸을 뉘이고 있다. 누룽지에서 올라오듯이 밥알이 수면 위에 송골송골 맺혀있으며, 무화과 껍질로 추정되는 친구들도 미세하게 얼굴을 보인다. 안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탁도를 지녔고, 술방울 역시 어느 정도 무게감을 지닌 채로 떨어진다.


얼굴을 가까이 하니 은은한 무화과 향이 올라와 코를 간지럽힌다. 무화과의 향이 그리 대놓고 드러나는 편은 아니며, 생 쌀과 무화과, 우유, 약한 꿀, 누룩 향 등이 섞여 그윽하게 올라온다. 조금 쿰쿰한 느낌도 지니고 있고, 알코올의 역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곡식과 물엿이 섞인 듯한 감향이 후취로 남아 향을 마무리 짓는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상큼달달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향에서 느낀 것 보다 확실히 전반적으로 진한 향미를 지니고 있다. 산미가 혀를 툭 건드리자마자 설탕이나 물엿이 줄법한 단 맛이 찾아와 입 안을 채워가며, 그 새콤달콤한 맛의 끝에서 무화과를 떠올리게 만드는 풍미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향과 마찬가지로 알콜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어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가볍게 이루어지는 술이다. 참고로 안에 들어 있는 밥알은 당연하게도 너무 곱기에 식감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어슴푸레한 무화과 속에서 산미를 중심으로 하여 길을 뻗는다. 라임을 연상케 만드는 상큼함이 계속해서 혀를 잡아채는 탓에 입에 침이 고일 것 같기도 하다. 목넘김 후엔 혀에는 특유의 산미와 약간의 감미, 거기에 쿰쿰한 맛매를 남기고, 코에는 흐릿한 무화과향이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후미의 길이는 4~5 정도로서, 마지막까지 쩝쩝거리게 만드는 산미가 인상적이다. 확실히 여운이 긴 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술을 입에 대기 전에 '무화과'라는 과실의 진한 풍미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두드러지는 산미가 적당히 가벼운 바디감으로 민들레씨처럼 흩뿌려지는 동동주로서, 끝부분에서 남는 무화과 향기가 아직 못다 핀 것 같아 조금 더 시간을 주어야 할 듯하다.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셔보기에 괜찮을 것 같고, 맛이나 향 자체가 산미 위주인 막걸리를 생각했을 때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기에 지역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 역시 기회가 된다면 음주해 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해물파전이나 제육볶음 등 막걸리 안주를 추천한다. 비교적 맛이 진한 음식과 함께 한다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 친구들과 기분 좋게 취하기 좋은 술이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부담되지 않아 더욱 만족스럽더라.


판매처가 그리 많지 않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사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무화과가 담긴 '도갓집 무화과 생동동주'의 주간 평가는 3.2/5.0이다. 열매가 맺는 그 날을 기대하며.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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