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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02. 2024

상큼달달한 산마루를 음미해보자

- 산뜻하게 피어나는 산마루 향미, '마루나약주'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고급스럽게 생긴 약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마루나약주', 어떤 술을 마실까 고민하던 차에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외관이 눈에 띄었고, 참지 못하고 곧바로 손에 들고 온 친구이다. 과연 이 친구는 어떠한 맛과 향을 나에게 선사할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산뜻하게 피어나는 산마루 향미, 마루나약주

일단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단정해 보이는 친구이다. 일본의 사케를 마실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과 비슷한 형태로서, 매끄러운 곡선과 짙은 묵색이 병 전체를 뒤덮어 누가 보아도 고급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병목의 끝부분은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으며, 전면부의 라벨은 병과 대비되는 상아색을 이용해 쉽게 눈길이 가도록 만들어 놓았고, 그 라벨에 적힌 설명 역시 가지런한 글씨체로 수놓아져 있어 전체적인 디자인이 작품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중이라고 생각된다.


'마루나 약주'는 '아토 양조장'에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탄생한 술로서, 100% 용인쌀을 사용하였고, 인공감미료를 전혀 이용하지 않아 입 안에서 텁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약주이다.


단양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부하며 산뜻한 과실향과 기분 좋은 산미를 담고 있으며 고유의 단 맛에 더해지는 깔끔함은 왜 이 술이 태어나는데 1년 이상의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였는지 가르쳐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3도, 가격은 19,000원. 혼자 마시기도 둘이 마시기도 나쁘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보다 조금 낮은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고는 살짝 부담되는 금액을 가졌다. 물론 늘 말했듯이 이 가격이 지나친지 아닌지는 마셔본 후에야 정답이 나올 것이다.

잔에 따른 술은 옅은 레몬빛을 선보인다. 안쪽이 약간 흐릿하게 보일 정도의 탁도를 지니고 있으며, 술방울은 매끄러우면서도 조금 무게감 있게 떨어진다. 


코를 가져다 대니 산미를 담은 과실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매실, 복숭아, 자두, 라임이 떠오르는 은은한 산향에 멜론이 전할 것 같은 달짝지근한 감향이 섞여 있고, 그 뒤로 미미하게 씁쓸한 느낌을 주며 마무리된다. 향은 강하게 다가오기보단 그윽하게 코를 감싸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13도라는 크게 높지 않은 도수를 가져서 그런지 알콜의 내음 역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청량하고 산뜻하게 다가오는 향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산미 가득한 술이 입 안을 채워간다. 어느 정도 드라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자두나 복숭아, 레몬을 간직한 산미를 중심으로 하여 혀를 지나가고, 참외를 연상케 하는 감미가 주위에서 산미를 돋우어준다. 끝부분에서 고미가 살짝 드러나긴 하나 금방 사라져 거슬릴 정도는 아니며, 탄산이 없고 질감이 부드러워 목넘김이 상당히 깔끔하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고미는 알코올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레몬 등의 산미가 담긴 과실에서 느낄 수 있을법한 쌉사름함에 가깝다.

코와 혀에 시원한 과실의 향미를 전해주며 목구멍을 넘어가고, 이후 신 과일 특유의 쌉싸름한 산미와 감미, 그리고 특유의 향이 코를 맴돈다. 이 때 후미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로서, 코와 혀에서 사라지는 '마루나 약주'가 가진 풋풋하면서도 청량한 풍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첫맛부터 끝까지 산뜻한 상큼한 과실을 깔끔하게 가져다 주니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인 술이 아닐까 싶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다채로운 과육의 풍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톡톡 튀는 산미와 감미, 쌉싸름한 맛매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술로서, 민들레, 철쭉 등의 노랗고 붉은 꽃이 핀 야트막한 산마루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 낮지 않은 도수를 가지고 있기에 알콜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다하는 향미들은 산미와 합쳐져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건강한 맛매를 뽐내는 전통 약주보다는 사케에 좀 더 가까운 술이니 자신의 취향을 잘 생각하고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치즈를 추천하고 싶다. 연어회나 명란 구이에 먹어도 맛있을 술이지만 산미가 강하다 보니 치즈와 간단하게 즐기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마루나약주', 산뜻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술이었다. 상큼하게 차오르는 코와 입은 아직까지 은은한 산미가 머무는 느낌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정도 차이가 나니 잘 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향긋하게 들어온 '마루나약주'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꽃이 피어오른 산마루를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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