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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04. 2024

충남의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바다

- 고소한 산미의 바다를 삼키다, '대천바다 금빛'을 음주해보았다.

2023년 충남에선 다양한 주류를 대상으로 심사하여 충남술 TOP 10을 발표하였다. 참여한 주류의 개수가 10개 20개도 아니고, 충남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는 제품은 대부분 참여하였기에 이 중 열 손가락 안에 뽑혔다는 것은 전문가로부터 확실하게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이 중 하나를 마셔보았는데 그 향미가 괜찮았기도 했고, 어떤 술을 마실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병이 눈에 띄어 이렇게 들고 오게 되었다. '대천바다 금빛',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이 작품은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고소한 산미의 바다를 삼키다, 대천바다 금빛

술이 담긴 케이스부터 명칭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고요하게 일렁이는 금색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놓았으며, '대천바다 금빛'이라는 술의 이름 역시 금색으로 빛나고 있어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도록 만든다. 케이스를 열어 술을 꺼내보면 병 자체의 모양은 그리 특이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다만 방금 전 패키지에서 보았던 그림이 병의 라벨에 그대로 박혀 있는데, 이 역시 병의 안쪽으로 보이는 고상한 바다와 맞물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시킨다.


'대천바다 금빛'은 '명주도가'가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우리밀 누룩, 물만 이용하여 빚은 술로서, 100일간의 1차 발효과정을 거치고 50일간의 2차 숙성을 더한 약주이다. 


보령시에 위치한 대천해수욕장의 해넘이를 연상시키는 지역특산주이며, 2023년 충남술 Top10에 선정된 이력을 지녔고, 산뜻한 산미와 단 맛, 쌀 본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6도, 가격은 20,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좋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알콜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조금 부담되는 값을 지닌 친구이다. 예상보다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벌써부터 그 안에 어떻게 향미의 조화를 이끌어냈을까 기대가 된다.

잔에 따른 술은 이름답게 고요한 금빛이 깔려 있다. 탁도는 거의 없는 채로 파도치지 않는 술잔 안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술이다.


코를 가까이 하니 고소한 산 향이 흘러나온다. 밀과 누룩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한 향에 은은한 매실의 산향이 더해진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그 뒤로 약초가 줄법한 씁쓸함이 살짝 밀려온다. 보통의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의 역함은 일절 느껴지지 않고, 그 곁을 약한 감향이 맴돌며 향의 조화를 유지시켜주고 있다. 강하게 다가오기보단 그윽하게 코를 감싸는 것이 꽤나 매력적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향과 비슷한 방향의 고소한 산미가 혀를 감싸준다. 고소함과 단 맛이 잠깐 혀를 스쳤다가 곧바로 두드러지는 산미가 입 안을 채워가는데, 이 산미의 맛매가 매실과 상당히 비슷하지 않나 싶다. 향과 마찬가지로 알콜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운 질감으로 지나가 끝까지 남아있는 산뜻한 산미 덕인지 입에는 침이 고여있는 상태이다.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산미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가벼운 바디감을 가지고 있고 탄산도 없기에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코에 감도는 특유의 향은 술을 즐김에 있어 만족도를 높여준다. 목넘김 후에는 혀를 잡아채는 산미와 달짝지근함, 옅은 고미와 과실의 향을 남겨놓고 사라지며, 이 때 지속되는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술의 여운을 느끼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라고 여겨진다.


산미를 중심으로 하여 전체적인 맛들의 조화가 참 잘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다. 맛이나 향에 있어선 알코올이 직접적으로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16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기에 술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딸딸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잘 만들어진 약주를 마셨을 때 표본 같은 향미를 선보이며, 구슬같이 입 안에서 퍼지는 풍미는 흠잡을 곳이 없다. 만약 잘 다듬어지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산미와, 세련된 약주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떡갈비나 해물탕 등을 추천한다. 국물에 같이 마시고 싶다면 해물탕을, 집어먹는 음식에 즐기고 싶다면 떡갈비를 함께하면 될 듯하다. 어느 정도 도수가 있기에 특히 해물탕과 함께 하면 참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지 않을까.


'대천바다 금빛', 이름 그대로 고요한 바다가 입 안에 흘러오는 술이다. 큰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술이 아니니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기에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대천바다 금빛'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고요한 바다를 혀로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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