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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y 11. 2024

오크와 만난 감귤의 가치는 참으로 높다

- 제주의 감귤은 지지 않는다, '신례명주'를 음주해보았다.

혹시 '귤'이라는 과일을 떠올렸을 때 곧바로 생각나는 지역이 있는가? 각자 어느 곳에 사느냐에 따라 다양한 지명이 떠오르겠지만, 그 중 하나로 제주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귤 농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퍼질 정도로 흔하기도 하고, 실제로 관광을 갈 때에도 고향에 제주도산 귤을 보내는 일이 굉장히 잦기 때문이다.


여튼 오늘은 이 맛도 향도 훌륭한 제주도 귤을 이용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신례명주', 이름부터 고급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이 작품은 과연 어떠한 향미를 선사할지, 제주도의 귤바람을 기대하며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제주의 감귤은 지지 않는다, 신례명주

겉으로 들어오는 외관부터 고풍스럽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최근 보았던 패키지 중 가장 정성을 많이 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채로운 색깔이 아닌 흔히 프리미엄 등급을 상징하는 두 색인 검정과 금색이 만났으며, 묵빛 바탕에 금색으로 수놓아진 글자들은 안에 담긴 상품을 보기 전임에도 그 가치를 높여주는 듯하다. 이어서 상자로부터 작품을 꺼내면 그 껍질보다 한층 더 우아함을 담고 있는 술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색은 패키지와 같이 두 종류로 이루어져 있으나, 바탕과 중심이 바뀌어 또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단정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면서도 전통의 미를 그대로 뽐내는 디자인이다.


'신례명주'는 '농업회사법인(주)시트러스'가 제주감귤 발효주를 증류하여 최고급 참나무통에서 숙성해 만든 술로서, 두 번의 증류과정과 1년의 긴 시간을 거쳐 깊고 섬세한 향미로 탄생하였다.


참나무의 스모키함과 바닐라의 풍미, 제주 감귤에서 오는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목넘김이 부드러워 한식은 물론 어떤 음식과 곁들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50도, 가격은 110,000원. 둘 이상 마시기에 딱 좋은 양에 누가 마셔도 고도수라고 말할 수 있는 알코올 함유량, 엔트리급 위스키 이상의 가격을 지녔다. 최근 전통주의 평균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10만 원이 넘어가는 금액은 흔한 것이 아니기에 꽤나 기대가 된다.

잔에 따른 술에는 옅은 민들레가 고스란히 펴 있는 상태이다. 안쪽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색감은 탁도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보통 오크를 통해 나오는 위스키보다는 약주에 더 가까운 빛깔을 띄고 있다. 


코를 가져다 대니 귤피와 오크가 섞인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감귤류 과일과 귤피, 시트러스, 오크와 알코올, 젖은 나무 등의 향이 느껴지며 윗부분을 플로럴한 느낌으로 과실향이 차지하고 있고, 아랫부분을 알콜과 함께 오크향이 맡고 있는 모습이다. 도수가 도수다 보니 맵싸한 특색도 지니고 있기에 코를 너무 가까이 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향긋한 귤꽃향 뒤로 피어오르는 오크 숙성 특유의 고도수 내음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술이 혀를 감싸준다. 일단 술을 마시기 위해 잔에 입을 가져다 대면 신선한 귤피향이 먼저 코를 스친다. 이와 동시에 감귤의 약한 단 맛과 미미한 산미를 지닌 술이 혀에 닿고, 오크와 알코올 무난한 함미에 적당한 스모키함을 풍기며 부드러운 목넘김을 이끌어낸다. 흔히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촛불의 맛매가 혀에서부터 시작해 코, 목구멍, 식도까지 흘러내리고, 종착지에 도착한 술은 몸 안을 은은하게 덥히며 자신의 존재감을 서서히 지워간다.

사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오크의 향미가 너무 강하여 감귤의 맛매를 잘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특색을 잘 살린 술이었다. 전반적으로 감귤의 풍미가 술을 마시는 내내 잘 녹아 있었으며, 적당히 묵직한 바디감과 함께 술이 퍼지는 모습은 과실향을 가득 간직한 꽃을 오크통에 숙성시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도수 대비 역함과 독함이 덜 느껴지는 작품이 고운 질감과 더해지니 목구멍까지의 과정 역시 생각했던 것보단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목넘김 후에는 특유의 향과 약간의 감미, 오크, 거기에 앞서 말한 촛불을 목 아래로 남기고 사라진다. 이때 후미의 길이는 약 5~6초 정도로서 이 따뜻함이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짧지 않기 때문에 눈을 감고 여운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높은 도수가 가져다주는 작열감과 '신례명주'가 가진 향미가 같이 남아 코와 입에 맴도는 것이 개인적으론 꽤나 만족스러웠다.


감귤과 오크가 굉장히 좋은 조합을 보이는 술이다. 50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기에 알콜감이나, 맵싸한 느낌 등이 어쩔 수 없이 느껴지지만 그리 강하지 않고, 오크나 스모키함 사이에서도 꼿꼿이 피어나는 감귤의 향미는 이 술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오크와 섞인 전통주를 여럿 마셨지만 오크에 의해 원재료의 향미가 죽는 경우가 여럿 있었는데, 이 작품은 오크를 감귤을 돋보이는데에 사용하는 것 같아 조금 더 기분 좋게 음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고도수를 좋아한다거나 감귤류의 과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면 참 좋을 듯하다. 오크가 들어간 전통주 중 향긋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술은 정말 그리 많지 않다.


곁들일 안주로는 생선 구이나 수육, 떡갈비 등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음식이든 잘 어울릴듯한 술이나 너무 양념이 많은 안주를 곁들일 경우 술의 맛이 묻힐 가능성이 있기에 양념이 덜한 음식이 좋을 것처럼 생각된다.


'신례명주', 명주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술이었다. 감귤의 향미에 오크가 더해지니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하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에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감귤을 담은 명주, '신례명주'의 주간평가는 4.3/5.0이다. 제주의 귤은 지는 법을 모르는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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