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May 15. 2024

복숭아나무밭의 오솔길을 따라 샘물이 흐른다

- 한국의 청주는 참 곱구나, '한청'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혼자 마시기 딱 좋은 양을 가진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한청', 이름부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단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청주이다. 과연 이 맑은술은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한국의 청주는 참 곱구나, 한청

그냥 보기에도 한국의 미가 흐르는 듯한 외관이다. 형태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으나 흐릿하게 마감된 병의 안쪽과 전면부에 보이는 한지를 두른듯한 라벨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한청'이라는 이름 역시 일반적인 글자체가 아닌 옛 한글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멋을 더하였다. 왼쪽에 따로 '한국청주'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술의 명칭인 '한청'이 '한국청주'의 줄임말이 아닐까 예상되는데, 여러모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담겨 있는 듯하다.


'한청'은 '주식회사 초가'가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철원에서 철원 오대미를 이용하여 빚어낸 술로서,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국산 청주이다.


한눈에 보자마자 기분 좋은 투명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부드러운 목넘김과 특색 있는 향기 풍미 깊은 맛을 선보이는 술이기에 시원하게 보관하여 마시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00ML, 도수는 15도, 가격은 8,300원. 혼자 마시기 딱 적당한 양에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알코올 함유량, 용량을 생각하면 한 병 가격치곤 살짝 비싼 느낌을 지니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마시기 전의 생각일 뿐, 마신 후엔 오히려 저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청주라는 주종답게 굉장히 맑고 투명한 형태를 띠고 있다. 흔히 마시는 생수보다 굉장히 미미하게 흐릿한 정도로서, 샘물을 담아 놓았다고 하여도 믿지 않을까 싶다. 술방울 역시 가볍게 떨어지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어서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곡물의 감향이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쌀에서 느낄 수 있는 약한 고소함과 잘 익은 배에서 느낄법한 단 향이 중심이 되어있고, 소주와 그리 도수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알콜이라고 말할 수 있을 역함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맡으면 맡을수록 상당히 기분 좋은 내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스러움 전혀 없이 은은하게 코로 불어오는 자연스러운 감향은 그리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어서 한 모금 음주하니 새콤달콤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복숭아를 담근 물을 마시는 듯한 향미를 지니고 있으며, 감미와 산미가 둘 다 적당한 정도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부드럽게 입 안을 채워간다. 술을 마실 때 코에는 특유의 향이 같이 느껴지기에 향긋하다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데, 이게 또 청량한 맛매와 만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전체적인 향미가 그리 강하게 들어오는 편은 아니고, 그윽하게 복숭아나무밭 오솔길을 따라 흐르는 샘물을 혀에 담는 기분이다.

가벼운 바디감에 향긋하면서도 깨끗한 풍미를 지닌 술이 정말 곱게 퍼져간다. 혀에서 목구멍까지의 과정에 전혀 부담스러움이 없는 술이며, 목구멍을 넘어간 다음에는 복숭아 과육의 옅은 감미와 산미, 미미한 씁쓸함과 과실 향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 때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흩어지는 술의 여운을 느끼기에 딱 적합하다. 바람에 떨어지는 복숭아나무 잎새가 떠오른다.


크게 모난 곳이 없는 술이라고 생각된다. 은은하고도 깔끔하게 다가오는 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가볍게 들어와 가볍게 사라지고, 거기에 부드러운 풍미까지 선보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염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복숭아, 배를 연상케 만드는 과실의 향미와 각각의 맛들이 지나치는 것이 없이 이뤄낸 조화는 부드러운 술, 혹은 그윽한 청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참 잘 어울릴 것이다.


곁들일 음식으로는 소고기 타다끼, 연어 사시미, 소고기 구이 등을 추천한다. 맛이 연하고 강하지 않다 보니 술의 맛을 죽이지 않을 음식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한청', 잠깐이나마 여유를 찾아주는 술이었다. 천천히 취하고 싶은 날 마시기에 참 적합하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정도 상이하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자.


한국의 청주, '한청'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샘물이 참 맑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