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Jun 04. 2024

오크를 담기에 사과는 너무 가볍다

- 가볍게 스치는 오크에 묻힌 사과, '아삭 골드'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오크에 숙성시켜서 만든 사과증류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아삭 골드', 이름부터 상큼함이 터질듯한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가볍게 스치는 오크에 묻힌 사과, 아삭 골드

병 자체는 꽤나 익숙하게 보이는 친구이다. 이 용량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짧은 병목과 함께 뭉툭한 몸통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그 끝은 흔하지 않은 색으로 만들어진 뚜껑이 약간의 특별함을 더해주고 있으며, 전면부에 보이는 '아삭gold'라는 술의 이름은 작품을 상징하는 과일과 함께 그려져 마시기 전부터 기대감을 올려주는 중이다. 사실 병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데, 확실히 안쪽에서 일렁이는 술의 빛깔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는 것에 크기 한몫하는 듯하다.


'아삭 골드'는 '착한농부'에서 태어난 가벼운 사과증류주로서, 경북 예천군의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낸 끝내주는 사과로 탄생하였다.


투명하면서도 연한 갈색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동하게 만들며, 뚜껑을 열면 나무껍질, 캐러맬 등의 특별한 향이, 혀에 담으면 은은한 감미와 함께 스모키한 향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17도, 가격은 6,900원. 혼자서 마시기에도 좋고, 둘이서 음주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비슷한 정도의 알코올함유량, 최근 나오는 전통주의 평균값과 비교한다면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을 지녔다. 

잔에 따른 술은 레몬같이 맑은 빛깔을 품고 있다.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상태이며, 다른 오크에서 숙성된 증류주에 비하면 그리 진한색을 띠고 있지 않다. 이물질 없이 깔끔하게 자리 잡은 술과,  매끄럽게 떨어지는 술방울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얼굴을 가까이 하니 젖은 은은한 오크향이 흘러나온다. 젖은 나무와 오크, 고무, 알코올, 약간의 꿀과 맵싸함 등에 더해지는 미미한 사과향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과실보다는 오크의 내음이 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향 자체가 그리 독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편이며, 알콜 역시 크게 진하지 않아 오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듯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오크 아래 알콜이 살짝 묻혀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예상보다 가벼운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알코올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샘물같은 주감이 혀에 맞닿고, 약한 감미와 함께 앞서 느꼈던 오크향이 코를 스쳐간다. 술을 입에 담을 때 사과의 맛매를 향 보다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으며, 오크향이 가볍게 지나가는 대신 사과의 싱그러움이 그 뒤를 이어주고 있다. 혀의 끝부분으로 가서야 적당한 씁쓸함과 함께 알콜이 얼굴을 슬쩍 들이미나, 이마저도 길지 않게 사라지는 모습이다.

질감이 부드럽기에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수월하게 진행된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밍밍한 물 같은 주감과 잘 느껴지지 않는 오크와 훈연, 미약한 사과 향과 알콜의 향미를 남기고 떠나가는데, 맛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확실히 여운도 짧게 날아간다. 개인적으로 느낀 후미의 길이는 약 4초 정도로 깔끔하긴 하나 부족한 풍미 덕인지 왠지 모르게 아쉬움을 남긴다. 


어떻게 표현하면 가볍고 부드러우며, 또 다르게 표현하면 밍밍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과증류주보다는 사실 오크에 숙성된 부드러운 소주라고 말하는게 조금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만약 사과의 느낌을 술에서 받고 싶다면 향미보다는 과실의 싱그러운 분위기에서 찾는 것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인 맛들 중 크게 튀어나온 것 없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장점이며, 알콜의 독한 향미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술이기에 반대로 진한 오크의 풍미, 혹은 달고 상큼한 사과를 찾는 사람은 충분한 고민 후에 선택하길 바란다.


안주를 크게 타지 않을 술이다. 회도 좋고, 매운탕도 좋고, 견과류도 좋다. 원하는 음식을 골라 곁들이면 되겠다.


'아삭골드', 고운 질감을 가진 술이었다. 샘물 같은 느낌이긴 한데, 은은함이 살짝 지나친 감이 있긴하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정도 상이하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권한다.


사과가 담긴 '아삭골드'의 주간평가는 3.3/5.0 이다. 가볍고 가볍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