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Jun 08. 2024

소복하게 쌓인 서울에서 마시는 눈

- 우유보다 하얀 서울의 눈을 담았다, '서울'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한국의 수도를 담은 주류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서울', 이름부터 큰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막걸리로서, 그 외관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과연 이 매력 있는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우유보다 하얀 서울의 눈을 담았다, 서울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아주 뭉툭하게 올라가서 크라운캡으로 마무리된 매력적인 외관은 '서울'이라는 이름과 어우러져져 왠지 모르게 옛날 우유병을 떠올리게 만든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병의 형태가 아니기에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한데, 안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빛깔 역시 그 매력에 한 점을 더하고 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참 막걸리처럼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다.


'서울'은 '서울양조장'에서 직접 만든 누룩으로 빚어낸 술로서, 세상 단 하나뿐인 쌀누룩 '설화곡'을 이용해 탄생한 막걸리이다.


전통 양조 최고의 기술 '오양주' 제조법으로 태어나게 되었으며, 아스파탐 등 인위적인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맑은 단 맛에 열대과일의 산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7.5도, 가격은 15,000원. 혼자 마시기에도, 둘이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과 과 평균적인 막걸리에 비하여 정말 약간 높은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을 가졌다. 물론 맛을 보고 나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생김새와 같이 흰 우유를 연상시킨다. 만약 애초에 잔에 따라진 것이 '서울막걸리'라는 것을 몰랐다면 분간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모습이다.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서울이 떠오른다.


코를 가져다 대니 과실의 상큼달콤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참외, 멜론, 수박등에서 느낄법한 감향이 다가왔다 곧바로 복숭아, 포도껍질을 생각나게 만드는 산향이 손을 흔들며, 새하얀 외모답게 알코올의 존재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전반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과실의 내음이 은은하게 자리 잡은 술로서, 코 끝에 맴도는 달콤한 산 향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적당히 크리미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는다. 눈을 마시는 듯한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꿀, 멜론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감미가 혀를 건드리고, 얼굴을 빼꼼 내미는 미미한 산미와, 전체적인 맛을 마무리 짓는 약간의 씁쓸함이 뒤이어 찾아온다. 맛들의 향연이 강하게 연출되어 있기보단 그윽하고 조화롭게 다가오며, 술을 마실 때 코를 감싸는 과실의 향 역시 깨끗한 어우러짐에 가치를 한 단계 더해준다.

혀 위에 쌓이는 눈처럼 입 안을 채워가고, 고운 주감을 자랑하는듯한 풍미를 선사하며 술은 목구멍을 넘어간다. 목넘김 후에는 과실의 바나나, 참외 등의 감미와 쌉싸름함이 감향과 잠깐 동안 머물렀다가 사라지는데, 이 때 후미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 부드럽게 사라지는 여운을 느끼기에 적합한 시간을 선사한다. 미약하게 텁텁한 맛매가 남긴 하나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며, 맛이나 향이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불편함이 없기에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조금 씁쓸하게 마무리되는 꿀을 마시는 듯한 술이다. 다만 그 주감은 우유 같이 부드러우며, 감미나 산미 등 다양한 향미 중 어느 하나 지나치는 것이 없다. 새하얀 외모 그대로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술이기에 달콤한 꿀을 탄 우유의 맛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먹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생긴 데로 논다더니,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주는 두부김치, 제육볶음 등 막걸리 안주와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술이 부드럽다 보니 핑거푸드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릴 듯하다.


'서울', 눈이 온 서울, 그리고 동트기 직전의 고요함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크게 모난 곳이 없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정도 차이가 나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하얀 막걸리, '서울'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하얗고, 부드럽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14화 오크를 담기에 사과는 너무 가볍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