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늑하고도 한가로운 한 잔, '한시울 프레시'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전통주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띤 소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한시울 프레시', 겉보기에는 일반 소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듯 한데, '신선이 즐기던 한가로운 시간'이라는 감성적인 문구가 병을 들게 만들더라. 과연 이 작품은 또 어떠한 풍미를 나에게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아늑하고도 한가로운 한 잔, 한시울 프레시
겉으로 보이는 병의 형태 자체는 상당히 평범하다. 일반적인 소주병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몸통과, 안을 훤히 비추는 투명함, 그 끝을 가볍게 마무리 하고 있는 검은색 뚜껑까지. 단순한 외관에선 여타 소주들과 많은 다름을 느끼기 어렵다. 시선을 전면부로 돌려보면 '한시울'이라고 적힌 술의 명칭과 함께 동양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시울'은 제조사가 위치한 '한계리'의 옛 지명으로, 신선이 농사를 짓고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아래 '신선이 즐기던 한가로운 시간'이란 문장이 추가로 술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한시울 프레시'는 충청북도 청주시의 명세주가에서 빚어낸 작품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양조기술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인 독일 코테사의 증류기를 이용해 생산되었다.
프레시라는 이름답게 부드럽고 깔끔한 질감이 특징이며, 가벼운 목넘김으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소주라고 한다.
'한시울 프레시'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7도, 가격은 6,000원. 혼자든, 둘이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양에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와 비슷한 알콜 함유량, 술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지녔다.
잔에 따른 술은 한없이 투명하기만 하다. 차이점이라면 미세한 기포가 다른 소주들에 비해 좀 더 도드라지는다는 것 정도. 한가로운 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표면과, 잔벽을 따라 떨어지는 술방울은 그저 매끄럽다.
코를 가져다 대니 구수한 누룩향기가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엿당과 누룩, 밀, 약간의 소금기와 곡식의 고소함 등을 지니고 있으며, 알콜은 잘 다듬어놓은 것인지 역한 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향이 부드럽기만 하기 보단 약간 날카로운 면모를 선보이고, 그 끝에서 짠내와 에탄올이 살짝 섞여 알싸함을 이끌어낸다. 적절히 섞인 단내와 구수한 누룩의 풍미 역시 꽤나 괜찮은 조화를 가져다 준다.
이어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상당히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아늑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혀에 닿는 순간 알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술이 입 안을 채워가며, 누룩의 구수한 풍미와 함께 약간의 짠 맛이 코를 향해 차오르기 시작한다. 가는 구름같이 천천히 스며드는 풍미가 매력적이고, 튀어나온 부분 없이 슴슴하게 찾아오는 단 맛 역시 좋은 어우러짐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도수인 희석식 소주에서 나타나는 알콜의 역함이 정말 없다시피 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잔을 반복하다보면 금방 취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혀에는 연한 알콜과 감미를, 코에는 피어오르는 누룩내를 남겨놓고 사라진다. 이 때 느껴지는 여운의 길이는 약 4초 정도로, 곱게 일렁이는 마무리를 감상하기 적합하다. 마지막까지 편하게 사라지는 술이다.
한가롭게 즐기기 참 좋은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은 맛과 슴슴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좋은 어울림을 이루고 있으며, 앞서 여러번 말이 나왔듯이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알콜의 풍미가 참 마음에 든다. 대단히 깊은 맛이라고 하긴 어려우나, 그 두께가 적당하니 신선이 즐기던 한가로운 시간이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삼겹살, 항정살 수육 등을 추천한다.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에 '한시울' 한 잔은 참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할지도 모른다.
'한시울 프레시', 아늑한 향미가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소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릴 맛이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 다르다. 다만 거의 비슷비슷하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마셔도 되겠다.
맑은 물로 태어난 '한시울 프레시'의 주간 평가는 3.9/5.0 이다. 아늑하고도 한가로운 한 잔을 즐겨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