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을 수 있는 것과 해먹을 수 없는 것의 마음 차이
파스타와 국수는 말이야~
많이 다르냐? 아 그냥 똑같아~ 이탈리아 할머니가 이탈리아산 밀가루에다가 계란 넣고 물 대충 휙휙넣고 빚어서 휙휙 자르면 파스타고, 우리집 할머니가 우리 밀가루에다가 물 휙휙넣고 호로로로로롤ㄹ롤 하면 그게 국수지 뭐겠어~.
그래서 다른거다
우리 할머니는 매일 볼 수 있지만, 이탈리아할머니는 세상 평생 살면서 하루도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게 시장에서의 가격차이를 만들어내는 차이이다. 그러나 알았으면 좋겠다. 희소성의 차이지 퀄리티의 차이가 아님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밍글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파인다이닝) 에서 18000원 짜리 멸치국수를 파는 것은 굉장히 큰 시도이고 도전이자 사회에 던지는 강한 메세지일 것이다. 지인이 여기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냉침을 하는 육수와 끓이는 육수를 어찌저찌 섞어서 면도 어디서 귀한 면좀 받아다가 휘뚜루 마뚜루 끓인다고 하니, 그 퀄리티가 절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세로 갈치속젓과 어란을 살펴보길 원한다.
갈치속젓이 네이버에 검색해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 500g 8000원이다. 근데 어란은 160g 에 50000원....이다. 대충 1g 당 갈치속젓 16원 / 어란은 312원이다. 아 물론 그런건 있다. 갈치속젓은 물이 들어있고 어란은 바짝 말라있으니까 이게 뭐 질량그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판매하는 판매가로 간단하게 나타냈을 때 2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어란이 20배 더 퀄리티가 좋아서 갈치속젓먹고 까무라치면 어란먹고는 20번 까무라치냐? 아니다. 어란님의 감칠맛이 대단 하신건 맞지만 우리 갈치속젓이 뒤쳐지는 것은 없다. 삼겹살에 갈치속젓 살짝 끓여서 얹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본 사람은 알지 않나. 단지 우리가 그 아스팔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젓갈이라는 이유로 어란보다 싸다는 그 시장의 원리를 우리가 잊으면 안된다. 어란이 비싼 이유는 해외에서 건너온, 비행기타고온, 우리나라의 젓갈보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갈치속젓은 갈치를 잡아서 소금에 재워 젓갈을 만들기 까지 약 1-2년이 걸린다. 이 시간의 가격을 희소성으로 어떻게 함부로 판단할까. 이렇게 절여진 하얀 갈치육젓에 고추가루 넣고 무친것이 갈치속젓 되시겠다. 오늘은 어란만큼이나 귀한 이 갈치속젓으로 파스타를 만들어보았다.
갈치속젓으로 파스타를 만들어도 전혀 손색 없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보려고 한다.
어란 파스타 - 내용물 볶기 - 육수 넣기 - 면넣기 - 유화시키기 - 어란 갈아넣어주기 - 마지막에 어란 뿌려주기
갈치속젓 파스타 - 내용물 볶기 - 연두 넣기 - 면넣기 - 유화시키기 - 갈치속젓 넣어주기 - 마지막에 조기 올려주기
자세한 레시피는 맨 밑에
생선을 솥밥으로 먹을 때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것이다. 저 생선을 모조리 으깨서 먹을 때. 해서는 안될 일을 해버렸을 때. 생선은 밥에 곱게 올려먹어야 하는 고정관념을 처참히 깨부시고 그것을 의심과 함께 먹었을 때의 부드러움과 생선향과 생선의 감칠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렸다. 갈치속젓과 조기를 함께 버무려 먹는 파스타.
결국은 갈치속젓을 넣어서 비벼먹는 비빔국수다. 면은 좀 더 딱딱한 면을 고른 것 뿐이고, 부족한 부드러운 감칠맛을 위해서 연두를 사용한 것 뿐이다. 어떤 큰 의미가 아니라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하던 어란파스타를 착안해서 대체할만한 내 옆의 재료를 넣었던 것 뿐이다. 지인을 위해서 해준 이 요리는 지인을 만족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 요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요리가 끝나기 위해서는 갈치속젓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더 많은 이들이 알아야 끝난다. 그 많은 사람들의 집에서 이 요리가 행해지고 이 요리를 통해서 어란뺨치는 젓갈의 포텐셜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요리는 끝이 날 것이다. 20배 비싼 가격 때문에 20배 하찮게 보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만들어진 음식인 것이다. 갈치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젓갈과 그 젓갈을 활용한 이 파스타의 값어치가 제대로 이해되길 바란다.
정확한 레시피
파스타 1인분
볶음채소 : (양파 1/4개 . 마늘 2개 . 새우 4 마리 , 조갯살 10개)
육수 : (연두 3 숟가락 , 물 100ml)
갈치속젓 1/2 작은 숟가락
option . 조기구이 살 바른 것.
파스타는 삶아둔다.
볶음채소를 후라이팬에 볶아준다.
색이나고 향이나면 육수를 넣어준다.
파스타와 갈치속젓을 활용하여 간을 잡아준다.
올리브오일을 살짝 둘러준다.
팬을 뒤집어주면서 흔들어 기름과 물과 면의 전분기가 섞이게 도와준다.
option 의 조기살을 발라서 올려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