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성에서 구체성으로 하나씩 전진하기.
유명한 말로 기획은 시작된다.
기획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허다하다.
클라이언트 혹은 진행자의 요구는 단어의 숲 속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두 번, 혹은 발전하지 못하는 기획자 (조금 조심스럽게 말하는 부분이지만)는 한두 번 혹은 좋지 못한 몇 번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클라이언트와 머리가 하나 되지 못하는 순간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 이상해."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끝이 난다.
그 순간 서로의 머리는 하나가 된다. 서로를 바라보며,
"이 사람 이상해."
기획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려가는 것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혼자 하는 것은 정말 몇몇 활동들일뿐이다.
도시를 꾸미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그려나가 나는 일에는 나는 그저 머리 하나다. 머리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나 한정되어 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면, 기획은 '팀플레이'라는 것. 그리고 팀플레이 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은 필수항목이라는 것 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하나의 꼭짓점으로 이어나가는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살아온 인생이 달라서. '인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다른 것처럼 / 우리 각자의 모든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는 다르다. 그래서 '단어'를 맞추는 작업들을 통해서 재정의 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어떻게?
스무고개로.
묻고 답하는 2D 같이 움직이면 되냐? 아니다. 현실은 3D이고, 머릿속은 그것을 뛰어넘는 4D이다.
4D 스무고개로 진행을 해보겠다.
2D 버전
거실은 편안한 곳입니까? (Yes / No)
3D 버전
거실은 어떻게 편한 곳입니까? (거실은 여유로운 공간이죠.)
4D 버전
거실은 당신에게 어떻게 편한 곳입니까? (저에게 거실은 소파에 두러 눕듯 앉아 티브이를 보며 멍 때리는 그런 편안함입니다.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운 공간이죠.)
그래서 기획할 때는 2,3,4D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이렇게 막 물어보고 막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포스트잇 혹은 여러 기록장에 차곡차곡 기록한다.
최대한 조직화해서 (이건 추후에 포스팅)
그런 다음에 겹쳐본다.
그러면 빨간 점 하나가 딱 겹친다.
저 부분이 바로 구체화되는 지점이다.
저 지점을 찾기까지 무지막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단어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건 진짜 Yes or No의 단순한 스무고개도 아니고,
단답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술형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합쳐서 하나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단순하게 획일화된 방법으로 '유레카 지점'을 찾을 순 없다.
사실 그림을 그리면서의 비하인드스토리지만,
나도 저 빨간 점이 나와서 깜 짤 놀랐다. 안 나왔다면?
난 아마 그림을 또 그렸어야 한다. (이런 미련한 방법뿐인가 싶긴 하지만, 지혜가 없다면 할 수 없지.)
그러니 설정을 해놓고 빨간 점 과 같은 '기획의 꼭짓점'을 찾는 것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니 기획을 할 때, 무언가 설계할 때,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저 어렸을 때처럼 스무고개를 맞춰간다는 것에 희열을 느낄 준비를 하면 된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