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친구들이여!
이런 곡조들이 아닌, 좀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자”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4악장. 4악장의 후반부 합창은 “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신의 광채여 ‘라고 노래하며 아름답고 장엄하지요.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주제로 한 곡이 아닌데도, 흔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또 송년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됩니다. 가사에 담긴 화합과 포용, 환희와 인류애에 대한 메시지가 9번 교향곡 일명 합창교향곡이 연주되는 이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월드 크루즈의 첫 번째 세그먼트가 끝나는 도버 기항을 앞두고 승객들이 중심이 된 이벤트들이 진행됩니다. 그중의 하나가, ”승객들의 합창 공연“입니다.
해상일 오후에 노래 부르기에 관심이 있는 승객들이 모여 합창을 연습했답니다. 크루즈에서 만난 친구들도 합창단의 멤버라 그들을 응원도 할 겸, 사진도 찍어줄 겸 관람했는데 그들의 공연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연주되고 불러지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합창의 현장성 때문에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진 것은 아니었을까요.
”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라고 시인 이성복 님은 음악을 표현했습니다.
요즘 제 친구나 지인들을 보면, 합창단에 소속되어 노래를 부르거나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 지인도 은퇴 후 성악을 배우고 있으며, 이탈리어까지 학습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최근에는 ’ 맘마미아‘ 뮤지컬 공연도 했다고 전하며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문합창단과는 별개로 ’ 노래 부르기로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확산하는 문화 운동‘이 점점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혼자 자신만의 소리가 아니라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합창은 공감 능력을 향상하며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아주 유용하지요. ”들어올 때는 둘이지만, 나갈 때는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는 합창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기에 행복감과 만족감과 소속감이 뿜뿜 커가는 활동입니다. 개인의 실력보다 배려가 우선인 활동, 이 활동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 안온하고 평화로워지겠지요? 제 꿈이 허황된가요.
저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합니다. 노래 부르는 시간, 익숙해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창 시절 노래로 평가하는 음악 실기 시간에는 곤혹스러웠으니까요. 만족스럽지 않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남 탓하기는 쉽지요. 저도 그래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 1학년 때 아버지 친구분들이 집에 찾아오셨을 때, 아버지께서는 당신에게는 자랑이며 사랑스러운 딸인 저한테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고요. 당황한 저는 그때 마침 생각나는 노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였지요. 그런데 첫 소절을 들으시자마자 “아니, 그 노래 말고”하시는데 무안해진 저는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black out 잊어버렸지요. 그러고 나서는 학교 음악 시간에 합창은 그저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게 되었지요. 그러니 사회활동을 하면서 회식 시 가게 되는 노래방, 가라오케가 저한테는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부르는 것은 피하게 되는 상황이 싫어, 한때 저도 문화센터 노래 부르기 교실에 등록해서 배워보기도 했었지만요.
이제 일도 끝내고, 사회활동의 폭도 줄어드니 더더욱 노래 부를 일이 적어집니다.
우리 몸의 기관은 사용하지 않으면 더 쉽게 노화되기에, 제 목청도 가늘어지고 연약해집니다.
아기 걸음으로 천천히 노래 부르는 시간을 늘려야겠어요.
합창 발표회의 감동을 기억하면서.
또한 ’ 음악은 상처 난 마음에 대한 약‘이라고 한 알프레드 윌리엄 헌트의 말을 상기하면서 약을 복용해 보겠습니다. ’ 기타는 포옹을 배우는 악기고, 가슴으로 꽉 껴안아야 소리를 만들 수 있다 ‘라고 정철은 그의 저서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에서 전합니다. 기타보다 크기는 작지만 해상일마다 배우는 우쿨렐레를 껴안으며 소리를 만들고 사랑을 배우는 크루즈의 시간 ’ 지금 여기‘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