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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이 제일 무거운 건달?

by 윤재

제일 무거운 빈둥


오래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질문ㅡ얼마를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하세요?
미국민들은 총 자산 28억 정도면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한답니다.
그런데 답변자들 중에 나 정도면 부유한 편이라고 답한 사람이 48퍼센트라고 한다는군요.
그들의 자산을 물었더니 부동산 제외하고 평균 7억 원 정도의 금융자산이(퇴직금 포함) 있었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총자산 46억 5천만 원 정도면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답니다.
우리나라의 부자 기준인 현금자산 10억을 가진 부자들에게 부자의 기준을 물었을 때,
그들은 100억 원이라고 답했답니다.
........(중략)....


그리고 한국인의 1.1%만 나 정도면 부유층이라고 답했답니다.
한국인 60%는 "나는 서민" 30%는 "나는 가난하다고 답했다.”라고 합니다.


세계 일주 크루즈 계획을 알리면, 많은 이들이 묻는 질문 중에 빈도가 많은 것은 “경비가 얼마나 드나요?”입니다. 크루즈 여행은 고비용이라는 인식이 앞서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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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라~ !


마음이 부자여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하고, 겨울 숲처럼 서걱거리며 더 이상 애면글면하지 않는 무덤덤한 가슴이 되기 전에 그래도 지금이 적기여서 간다고 대답하기도 하고, 남편의 오랜 꿈이었고, 그의 70 인생을 축하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밥과 시간에 묶였던 삶 속에서도 떠남에 대한 욕구 수준은 높았었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가 출렁이고, 마음만은 몽글몽글한 열아홉 순이가 되어 여행지를 그렸습니다.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 교수였던 고(故)대니얼 카너먼(1934 ~ 2024)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획득하고, 뒷면이면 100달러를 잃는 게임은 확률적으로 돈을 딸 확률이 높지만, 손실을 회피하는 성향 때문에 이 게임을 포기하는 사람이 게임 참여자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밝혀냈지요.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카너먼이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의 판단 및 의사 결정에 관한 심리학의 통찰력을 경제학으로 통합시켜, ‘합리적 인간’을 전제한 경제학의 오랜 통념을 뒤집었다는 공로를 인정하여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선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세계 일주 크루즈 여행에 대한 판단이나 의사 결정에 우리의 감정이나 심리적 측면이 우선할 수 있음을 카너먼이 지지해 주는 것이지요.


남은 삶을 밀도 있게 보낼 수 있는, 소유보다 경험에 우선 가치를 부여하는 여행에 가중치를 두었습니다.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면서 경비 문제 외에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와 건강 상태를 고려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은 ‘우리의 안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 에너지 수준 유지, 조화와 균형 등을 우선시한 안전이었지요.


은퇴 후의 첫 번째 여행인만큼 안전과 더불어 ‘한없이 게으르게, 더 즐겁게’가 우리가 내세운 슬로건이었답니다. 여행은 우리를 매혹하고,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도록 할 것입니다. 니체가 말한 인간 정신 발달 단계 낙타, 사자의 변화를 거쳐 어린아이의 단계에 속한 순진무구함으로 이 여행을 즐길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응원과 축복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격려는 우리의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들에게도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미하엘 엔데는 그의 소설 <모모>에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고 하면서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눈으로, 귀로, 그리고 가슴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둘이서 함께 건달이 되어 무거운 빈둥을 시작합니다.


나비는 날개가 제일 무겁고

공룡은 다리가 제일 무겁고

시인은 펜이 젤루 무겁고

건달은 빈둥이 젤루 무겁다.... 반칠환의 시 <팔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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