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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겨울꽃

by 윤재

11. 두 번 피는 꽃, 동백



낙화를 먼저 보며 비극의 꽃으로 본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정열의 꽃으로 상징되는 동백꽃.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하지도 않은, 크고 붉은 꽃을 송이째 툭툭 떨어져

보는 이의 가슴을 처연하게 만드는 꽃.


제아무리 화려했던 삶도 찰나에 지고 마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불교의 교리를

떠올리게 하는 동백꽃의 낙하.


나무 위에서 한 번 피고,

땅 위에 떨어져 한번 더 피는 꽃.




동백꽃 2.png



정우영 시인은,

“쿵쿵 떨어졌다. 한밤중에

그 진동 어마어마하여 화들짝


...(중략)...


환멸을 견디느라 물든 심장들 어루만진다.

붉게 젖은 슬픔이 손바닥 타고 올라 퍼진다.

떨리는 입 들어 하늘에 고하려다 접는다.

찬찬히 둘러보니 다들 묵언참선 중.

꼿꼿이 말라가며 심은 발원들 환히 맺히소서.

한걸음 물러나 읍하고 들어오는데 시큰한 향이 방 안까지 따라와 고물거린다.


본래 없던 향기마저 터뜨려 경각 들추는

꽃들, 저 꽃들에게 나는 무엇일까.”

---- 정우영, <동백이 쿵, > 중 일부




동백꽃.jpg





동백(冬柏)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선조는 동백나무를 겨울에 피는 꽃나무로 인식했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겨울철에 새빨갛게 핀 모습이 인상적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나무가 겨울에 꽃 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겨울이 꽃가루받이 해줄 곤충이 거의 없는 계절이기 때문인데, 동백나무는 대표적인 조매화, 즉 새가 꽃가루받이해 주는 나무이기 때문에

겨울에 필 수 있는 것이지요. 새들에게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색도 붉은색으로 치장합니다.


김훈 작가는 그의 <자전거 여행>에서,

돌산도 향일암 앞바다의 동백숲은 바닷바람에 수런거린다.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p.14”라고 묘사했습니다.



눈물처럼 후드득,

쿵쿵 떨어지는 동백꽃을 맞으러

남도로 가야 할 까 봅니다.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 동백처럼

제각각 개별자들이 자존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부질없는 소망이 되기 않기를.....

동백꽃을 보며 마음을 나누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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