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When Nietzsche Wept>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루 살로메(Lou Salome, 1861~1937), 요제프 브로이어(Josef Breuer, 1842~1925),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등 실존 인물들이 허구의 세계에서 펼치는 내용을 구성한 소설로 사실과 허구를 잘 엮어 구성하여 199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심리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어빈 얄롬이 광기의 천재 철학자 니체와 정신분석의 창시자 브로이어가 서로의 절망과 고통을 치료한다는 기발한 상상을 심리추리소설 기법으로 풀어내어 흥미롭습니다. 어빈 얄롬에 따르면, 니체와 브로이어는 만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프로이트와 니체는 만난 적이 없지만, 프로이트가 니체의 저서들을 읽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자인 어빈 얄롬 Irvin Yalom (1931~)은 미국 스탠퍼드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이며, 정신과 진료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심리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카우치에 누워>, <쇼펜하우어의 집단심리치료> 등의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는 1992년에 출간된 이후 장기 베스트셀러로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1980년과 1985년에 각각 쓴 '<실존심리치료 Existential Psychotherapy>, <집단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 The Theory and Practice of Group Psychotherapy>는 세계 각국에서 심리치료의 교재로 널리 채택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저서에 실제 심리치료 사례를 모아놓은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Love's Executioner>와 주요 작품 모음집인 <얄롬을 읽는다 The Yalom Reader>가 있습니다. 어빈 얄롬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미국의 워싱턴 DC로 이주를 한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가난하게 생활한 탓에 책 한 권 사서 읽기 어려운 형편이었던 그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닥치는 대로 독서를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했고, 소설을 통해 많은 지혜를 얻었으며, 소설을 쓰는 일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섬세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존적 심리치료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키르케고르학파나 니체학파의 실존적 주제(삶, 고독, 불안, 죽음 등)에 대한 정신역동적 해석에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성적추동(eros)이나 공격적(죽음, tanatos) 추동이 일어나면 사람은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부인이나 투사와 같은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얄롬과 같은 실존적 심리치료학자들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의하여 인간은 불안을 잠재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생각하였고, 이것이 의식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얄롬은 인간 불안의 뿌리(근원)가 리비도(성적 추동, 공격적 추동)에 있다고 보지 않고 실존적 현실에 대한 자각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존적 심리치료의 기본 과제는 저항을 찾아내고 극복하도록 조력하는 것입니다.
니체(1844~1900)의 삶에서 루 살로메와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일대 사건이 되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거칠고 과격한 니체의 평가절하는 루 살로메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어머니와 누이동생과의 경험이 간접적인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존재합니다. 니체의 삶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했던 여인들은 어머니, 누이동생, 루 살로메, 그리고 바그너의 부인 코지마였습니다. 니체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뇌했으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루 살로메에게서 당한 배신감 모욕감 그리고 유대인 친구 파울 레에게 판정패했다는 것이 치욕감과 모멸감, 그러한 굴욕적인 감정은 강렬한 분노감과 복수심으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니체는 1844년 프러시아 삭손州 뢰켄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일생 내내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정신으로, 모든 가치들의 전복을 기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니체에 대한 평가는
1. 현대성과 현대정신으로의 전환점
2. 철학의 플라톤주의를 전복한 철학적 다이너마이트
3. 서양의 전통 자명성 일체를 파괴하는 망치의 철학자 등 다양합니다.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Wie man wird, was man ist)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마지막 저작으로 1888년에 쓰여졌으며, 1908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즐거운 지식> 등 니체는 여러 가지 작품을 썼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적이지 않았고, 읽혔더라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사람을 보라>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니체 자신의 진면목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지혜로운지),
왜 나는 이토록 영리한지(똑똑한지,)
왜 나는 이토록 좋은 책들을 쓰는지 등 자화자찬이지만, 니체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입니다. 니체 본인이 쓴 니체 전 저작의 '서평책'이자 '안내서'입니다.
<왜 나는 이토록 좋은 책들을 쓰는지>에서는,
“ 내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가 이해하는 삶과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살도록 하고 가르치게 될 기관들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는 <차라투스트라>를 해석해 내는 일을 하는 교수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라고 예측했습니다. 거의 18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의 예측이 맞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앞서간 학자는 고독합니다.
루 안드레아스-살로메(1861~1937)는 탁월한 지성과 미모, 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여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남성들을 울리다가 독일의 괴팅겐에서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니체, 릴케, 바그너, 하우프트만, 톨스토이, 마르틴 부버 , 프로이트의 제자 타우시크, 프로이트 등과 교류하였으며, 1887년 괴팅겐 대학교의 프리드리히 안드레아스 교수와 결혼했는데 일종의 계약결혼이었습니다. 그녀는 1894년에 쓴 <니체>라는 글에서 자신이 니체와 교류할 때, 이미 그의 정신상태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으며, 실제로 그의 저술내용과 정서적 불안정 상태의 관계를 언급하고 충고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제프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의 스승이며 정신분석학적 치료를 고안해 낸 의사로 프로이트가 브로이어박사를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합니다. 하루는 브로이어와 프로이트가 함께 대화를 나누던 중 브로이어가 결핵으로 요양하던 아버지를 돌보다 심신이 지치면서 히스테리 증상이 생긴 약 2년간 진료하던 여자 환자에 ‘안나 O(가명)’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자기 최면 상태에 빠졌고, 브로이어가 왕진을 가서 대화하고 나면 증상이 나아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브로이어는 이를 ‘대화 치료(talking cure)’라 불렀고, 한편으로는 마치 꽉 막힌 굴뚝이 청소되는 것과 같다면서 ‘굴뚝 청소’라고 지칭했습니다. 브로이어는 이렇게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가 억눌렸던 감정적 기억이 대화를 통해 의식으로 올라오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브로이어는 최면으로 기억을 되살리게 하며 치료적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안나 O’를 만난 적이 없고, 친분이 있던 브로이어 박사를 통해서 ‘안나 O’의 사례를 알게 되고, '안나 O'의 증상을 통해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훗날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안나 O’를 비롯한 비슷한 신경증적인 증례들을 모아 <히스테리 현상의 심리적 기제, 1893>라는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 문헌을 공동으로 발표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사례를 재구성해서 1895년 브로이어와 공저로 발표한 첫 번째 정신분석 서적인 [히스테리 연구(Studies on Hysteria)]에 실었고, 그 책에 실린 다섯 가지 사례 연구 중 맨 처음에 배치했습니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의 줄거리는 정신분석 기법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1882년, 성공한 의사 요제프 브로이어는 환자 베르타 파펜하임에 대한 강박적 욕망과 중년의 위기로 절망에 빠져 있던 때, 아내와 함께 베네치아를 여행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루 살로메라는 묘령의 여인이 헤어진 친구가 절망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를 치료해 달라고 의뢰합니다. 환자는 바로 만성적인 편두통과 발작, 루 살로메와의 실연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던 니체입니다. 니체가 치료에 협조적이지 않고 거부하자 의사 브로이어는 독특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의사 자신의 절망을 니체가 철학으로 치유하고, 니체의 질병은 자신이 의학으로 치료하자는 쌍방 교환 치료를 제안하고, 니체가 이 양방의 치료적 관계를 받아들입니다. 이 둘은 ‘대화치료’를 통해 치열한 지적 토론을 벌이며 점점 각자의 내면을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브로이어 박사는 니체에게 인간적으로 관심을 갖고 빠져듭니다.
책 속으로,
p.19, “절망의 병에는 약이 없고, 영혼의 병에는 의사가 없어요 “
p.157, 나 자신이 된다는 것, 그건 가장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p.180, 마음은 뒷골목과 몰래 드나드는 들창문을 좋아합니다.
p.277, 니체는 브로이어가 이야기하는 내내 알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트에 꿈을 적어 넣었다. “....... <중략>.... 두려움은 어둠에서 잉태하는 게 아닙니다.
두려움은 별과 같은 겁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지만, 낮의 눈부신 태양에 가려져 있을 따름이지요 “...
p. 404
마지막 그의 침묵이 걱정된다.
눈을 뜨고는 있었지만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나 조용한 밤에 이슬이 가장 많이 내리는 법이다!
p.559, "이상해요. 하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가장 깊은 내면에서 나의 고독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순간 그 고독이 눈 녹듯 사라지다니! 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해 본 적이 결코 없었다고 당신에게 말했던 그 순간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접촉하도록 허용해 준 최초의 순간이죠. 엄청난 순간이죠. 마치 아주 커다란, 내 속의 얼음덩어리가 갑자기 쩍 갈라지면서 산산조각 난 것 같아요."..."역설이군요! 고독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존재하죠. 일단 같이 공유되면 그것은 소멸합니다"
“어떤 것들은 친구들에게만 얘기할 수 있다. 또 어떤 것들은 친구들에게조차 얘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어떤 것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얘기할 수 없다”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얼마나 깊고 고독한 욕망일까요
몽테뉴는 “묘지가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는 방에서 살라”고 권유합니다.
묘지는 우리의 머리를 맑게 해 주고,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명징하게 삶의 가치와 무게를 인식하며 산다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소설과 함께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소설 속 의사 브로이어는 니체와 대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중년의 위기, 죽음에 대한 불안, 무의미, 자유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통찰을 경험하며 치유받고, 니체 또한 고독한 삶에서 브로이어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되고 존중과 배려받음의 진실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소설은 ‘고증이 훌륭하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이 가미된 지적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1882년에는 심리치료가 아직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니체는 심리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인 어빈 얄롬은 역사는 아슬아슬한 상황과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1878년에 한 친구가 니체에게 치료를 위해 브로이어 박사를 만나러 비엔나로 오도록 유도하는 편지의 발견에서 탄생했습니다.
저자 Yalom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요제프 브로이어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의 만남의 결과로 심리치료가 발명된 것은 아닙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1882년 봄에 파울 레에 의해 젊은 루 살로메에게 소개되었고, 그 후 몇 달 동안 그녀와 짧고 강렬하며 순결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
<니체가 눈물을 흘렸을 때>는 2007년 핀커스 페리(Pinchas Perry)가 감독하고 Armand Assante와 Ben Cross가 주연을 맡은 미국의 예술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불가리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니체를 더 이해하고 싶거나, 심리치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