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룸에서, 댄스홀에서 요즘 윌마를 보지 못했네요.
식당에선 윌마의 남편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을 여러 날 봤지요.
하여 돌쇠에게 다가가 물으니 윌마가 천식이 위중해져서 입원을 했답니다.
우리가 윌마와 브랜트에게는 ‘마님과 돌쇠’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윌마는 부잣집 마나님 같은 우아함과 또 나이와 걸맞지 않게 귀여운 면도 있고, 브랜트는 늘 윌마의 소지품(아이패드나 댄스화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뒤에서 겸손한 자세로 따라가는 것을 종종 봐서 ‘마님과 돌쇠’라고 했지요. 80대 중반인 윌마는 작은 체구에 왈츠와 차차차 댄스를 좋아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댄스음악이 나오면 남편과 같이 홀에 나가서 춤을 추지만, 원하지 않는 음악이 나오면 아이패드를 보거나 뜨개질을 하곤 했습니다. 정장을 입는 formal night에는 빨간 드레스에 빨간 파우치에 빨간 구두, 심지어 귀걸이도 빨간색, 남편인 브랜트의 보타이 색도 빨간색입니다. 저와는 크루즈 항해 초반부터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크루즈 휴가 중에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잠재적인 질병과 질병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는 유람선에서 건강과 청결은 매우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크루즈에서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고,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기항지 관광 나갔다가 다치거나 심지어 동물들에게(원숭이) 물릴 수도 있습니다. 댄스홀에서 가끔 만나는 제니가 팔에 깁스를 했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 제스처를 하면서 넘어졌다고 계면쩍게 웃습니다. 가끔 팔에 깁스를 하거나 부목을 대고 다니는 승객을 보게 되는데, 승객들이 가끔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골절상을 입기도 해서 크루즈 선박 내에 있는 의료센터에는 엑스레이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처럼 우리는 110일 동안 의사를 방문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선내 의료 시설을 이용할 경우 청구되는 금액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행 전에 가능한 예방 접종을 모두 마쳤고, 비상 약품도 준비했었지요.
모든 크루즈 선박에는 해상에 있는 동안 손님과 승무원 모두에게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최첨단 선내 의료 센터가 있습니다. 메디컬센터를 이용했던 승객들은 “괜찮고도 좋은 긴급 진료였다”고도합니다. 크루즈 선박의 의료 시설은 감기부터 골절, 심장마비까지 광범위한 질병과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디컬 센터에서는 진료와 진찰이 가능하고 약도 처방해 줍니다. 여기에는 영안실까지 있다고 합니다. 고령층이 주 대상인 세계 일주 크루즈에서는 가끔 사망하는 승객도 있다고 합니다. 외부 전문 병원의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헬리콥터로 가까운 육지 병원으로 이송을 하기도 합니다.
프린세스 크루즈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TV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 The Love boat>에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의사가 있습니다. 미국 배우 버니 코펠(Bernie Kopell이 의사 역할을 맡았었지요. 프린세스 크루즈가 텔레비전 역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답니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북미 지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미국 ABC 방송국의 대표적인 시트콤이었던 이 드라마는 크루즈 배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구성했으며, 톰 행크스, 자넷 잭슨 등 인기 카메오들이 매회 출연하여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지요.
<사랑의 유람선>에서 의사 역을 했던 코펠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2시간짜리 특집을 세 번이나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13년이 걸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을 때는 비행기 이동 시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었고 일류 라운지로 이동했고, 일반 승객과 같은 대우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했습니다. 하지만 “쇼가 끝났을 때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고도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출연한 <사랑의 유람선>은 그에게 선물과 같았고, 그의 일부라고 여긴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해서, ”1만 시간의 법칙“ 또는 ”10년의 법칙“을 이야기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한 역할을 거의 13년을 했다면 이미 코펠은 어쩌면 준의사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물론 ‘1만 시간의 법칙’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필요 1순위는 아닐 수 있고, 재능과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도 감기가 오래 지속되니, 우리 방 스튜어드가 걱정을 하면서 메디컬 센터에 보고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선내 면세점에는 구급 의약품을 구비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준비해 간 감기약이 떨어져 선내 면세점에서 기침에 복용하는 약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기침감기로 고생을 하니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나네요. 친정엄마가 해 주셨던 육개장, 미역국, 김치찌개. 그 정성과 사랑 가득한 음식들을 먹으면 감기가 저절로 뚝하니 나을 것 같은데요. 눈물을 훔치면서 보았던 영화 <3일의 휴가>에서 나오는 잔치국수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