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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 맡겨 둘 수는 없고말고요

by 윤재

우연에 맡겨 둘 수 없는 안전 훈련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소중한 것을 잃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안전!

오늘은 해상 일이면서 안전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 식사 후 탁구와 피클볼, 농구를 마치고 오전 9시 45분부터 1 시간여 안전 훈련을 했습니다. 안전 훈련은 해양법에 따라 안전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매 6 개월에 한 번씩 승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답니다.


다른 교통수단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크루즈도 역시 응급 상황, 비상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좌초나 선상 화재 또는 나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3,000여 명의 인원이 한정적인 공간에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긴장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0세기 최악의 해양 사고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약 1,500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적인 사고였습니다. 2012년 1월에도 이탈리아의 건조되어 취항한 지 6년밖에 안 된 크루즈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걸려 좌초된 사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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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비상 경고 알람(짧은 신호 7번, 긴 신호 1번)이 울리면, 객실에서 구명조끼와 메달리온을 챙긴 후, 객실 문 뒤에 안내된 지정 집합 장소(muster station)로 가서 구명조끼 시연과 직접 착용을 해보는 시간입니다. 지정 집합 장소 마스터 스테이션은 응급 시에 각자 탑승할 구명정 위치로 각 선실의 문 안쪽에 표시가 되어 있고, 잘 모르겠으면 승무원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muster drill이라고도 하고 safety drill이라고도 불립니다. 선상 안전 수칙, 구명조끼 입는 법등에 대한 교육인데 승무원이 구명조끼 착용 시범을 보이고 모든 승객들이 직접 구명조끼를 착용해 보는 훈련이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직접 착용하다 보니 손이 약간 떨리는 것 같고 마음도 급해지더군요. 이 조끼를 착용할 일은 절대 없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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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내 승객들의 안전 훈련은 마치 과거의 교련 교육과 민방위 훈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고 시절 어느 날 뜬금없이 시작된 교련 교육은 군사 훈련과 관련된 내용으로 학생인 우리들은 제식훈련과 응급 처치에 관한 기본 간호법 등을 훈련받았습니다. 이러한 교련 교육은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일부 평가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강제성이 강하고 군사적 분위기가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 교련 교육은 대학교까지 연장되어 학생회가 아닌 학도호국단이란 명칭으로 불리며 박정희 정부 시절 학생들에게 군사 교육과 안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교련 강화라는 것은 대학 병영화를 그만큼 강화해서 대학 사회를 질식시키고, 대학에서 개성적인 활동 또는 비판적인 사고를 철저히 추방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비판받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교련 강화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습니다.


승객뿐만 아니라 승무원들도 매우 자주 훈련을 합니다. 승무원들에게 들었는데 그들은 medical emergency, man overboard(승객이나 승무원이 바다에 빠지게 되는 상황), 화재 훈련, 테러 훈련, 배가 가라앉을 시 대피하는 훈련 등을 번갈아 받는답니다. 듣다 보니, 많은 심각한 위험이 포함되어 있는 크루즈 여행을 무사히 안전하게 마무리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게 되더군요. 각 승무원들이 맡은 역할이 있는데 훈련, 연습이 자주 있어야 승객들의 안전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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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안전 장비 사용법과 대피 경로를 익히며, 각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경험은 불확실한 바다 위에서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서로를 지키기 위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안전 훈련과 같은 연습은 위기 대응 능력을 배양하고 적절한 대처 능력을 기르며 안전을 중시하는 선상 생활에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타닉호> 좌초 100년째 되던 2012년 발생한 초호화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 사건은 선장의 부주의로 인한 인적 과실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100년간 해외 및 국내에서 여객선 관련 해양 사고의 원인 중 인적 과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리더의 자질이 중요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테라급이고 미래 예측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리더십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안전과 생존의 전제 조건이겠지요. 지위와 특권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며 성숙한 판단력과 유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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