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송현아로~~!!

T엄마와 M엄마와 함께한 쇼핑

by bony

아침 일찍 T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큰일 났어! 오늘 별일 없지? 당장 나와! 언니 집 앞이야. 3동 놀이터 앞에 있어. 얼른 나와!"

"무슨 일인데 그래?"

"언니... 내가... 학교에서 수련회를 가는데, 입을 옷이 없어. 지금 M언니랑 같이 있어. 송현아가자!"

"으응? 큰일이 입을 옷이 없는 거였어.. 하하하! 알았어!"

부랴부랴 습관처럼 아무 옷이나 주워 입으려다가 아무래도 백화점을 가니, 청바지에 검은 티를 입고 나갔다. 나름 격식을 차린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청바지에 검은 티로 자주 입곤 했는데, T엄마가 한 번은 스티브잡스룩이라고 놀렸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언니는 여자니까 '스티브잡 X'이라고 해야 된다고 했다. 어떤 말이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친하고 재밌어서 봐줬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백화점 나들이라며 신났다.

그리고 애들 옷이나 남편 옷이 아닌 본인 옷을 사서 더 들떴다. 우리의 발길은 한 아웃도어 스포츠 매장에 멈췄다. T엄마가 들어서자마자, 낙낙해 보이는 연보라색의 티를 하나 골랐다.

"사장님, 이 티는 L사이즈가 있나요?"

곧 T엄마는 사장님이 준 L사이즈의 옷을 받아 들고는 탈의실에서 번개처럼 입고 나왔다. 불행히도 허리 부분이 꽉 끼이어서 약간 옆구리가 울퉁울퉁 나왔다. 옆라인에 물결이 일었다.

"어머나! 잘 어울린다. 이것 봐. 잘 맞네. 예뻐 예뻐! 옷은 꽉 맞게 입어야 해.. 라인이 살아있네~~!!"

M엄마는 그 작아 보여 불편해 보이는 옷을 자꾸 T엄마에게 권했다.

"그런데 사장님 좀 팔 쪽이 불편하고 옆구리가 끼는데, 한 치수 더 큰 사이즈 주시겠어요?"

"아.. 네.. XXL도 있고 원하시면 XXXL도 있어요!"

"어... 정말요? 왜 이제 알려주셨어요?" 그제야 T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결국 XXL를 샀다.

이제야 어울렸다. 그런데, 팔 길이가... 길었다.

난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우린 아웃도어 매장에서 나와, 다른 스포츠매장으로 들어갔다. 테니스용품을 주로 파는 곳이었다.

거기는 T엄마가 좋아하는 펑퍼짐한 검은 바지가 꽤 있었다. 가게 사장님은 우리와 같은 수더분한 아주머니처럼 보였다. 사장님은 T엄마보다는 약간 날씬해 보였는데, T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입었다.

"사장님, 바지 너무 예쁜데요, 그 바지는 어디에 있나요?"

"아, 여기 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날씬하셔서 잘 어울리는 데 저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

그러자, M엄마가 T엄마에게 한 번 그 바지를 입어보라고 했다.

그 외에 다른 검은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비슷한 바지를 두 벌을 M엄마가 골라 주었다.

T엄마는 연거푸 세 벌의 바지를 입고 땀을 질질 흘렸다.

마지막 바지를 입고 나왔을 때,

M엄마는 내게 조용히 내 귓가에 '저 바지는 T엄마에게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약간 조폭 같아...'라고 속사였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가게의 물건들을 탐색했다.

신발도 이리저리 골랐는데, T엄마가 한 번 신어보고 벗으면 M엄마가 신발을 들어 선반에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뭐지? 하인 같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T엄마가 허리 숙이는 게 힘들어서 그런다고 했다. 매 번 쇼핑을 같이 할 때마다 그랬던 거다... M엄마는 내가 더 날씬해서 구부리는 게 더 쉽다는 말을 더 붙였다.

아...

결국 두 번째로 입었던 역시 펑퍼짐한 검은 바지만 사고 가게를 나왔다.

수련회에 입고 갈 옷을 드디어 다 샀다.


그리고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레깅스 가게로 갔다.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운동을 하는 T엄마는 레깅스를 두 어 벌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 어머낫!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레깅스를 입으면서 잡아당겼는데 가격표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탈의실 앞에 있던 M엄마와 나는 크게 웃지는 못하고 큭큭대며서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T엄마는 어쩔 수 없이 그 레깅스를 샀다.


우리가 이렇게 긴박한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옷을 사는 동안,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점점 가오고 있었다. '쇼핑할 시간이 모자라...'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둘러 향수가게로 향했다.

T엄마의 생일이라며 아들이 좋은 향수를 사시라고 쿠폰을 준 것이다.

T엄마가 향수를 고르는 동안, M엄마와 나는 콧구멍만 한 향수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점원이 다가왔다. 20살쯤 보이는.. 앳된 얼굴의 하얀 피부를 가진 아가씨였다.

M엄마와 내게 새로 나온 핸드크림이 있으니 한 번 테스트해 보겠냐고 했다.

그러더니 손 등 위에 정말 콩알만 하게 크림을 짜주었다.

우린 둘 다 순간 짜증이 났다. 점원도 눈치를 챘는지 조금 더 드릴까 요했는데, 그냥 됐다고 했다.

핸드크림에서는 아무 향도 안 났다.

너무 쥐쌀만 하게 주었으니까...


점원이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자,

M엄마가 그 테스트용 핸드크림을 매대 앞에서 발견하고는 내게 다시 손 등에 짜주었다.

어찌나 많이 짰는지... 밤톨만큼 컸다.

그리고 자기도 밤톨만큼 짜서 발랐다.

핸드크림튜브가 아주 홀쭉해서 말라빠진 무말랭이 같았다. 순간 민망한 우리는 얼른 매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T엄마는 그동안 결재를 마치고 고른 향수 냄새 어떠냐며 맡아보라고 했는데, 진한 복숭아향이 났다.

"음... 복숭아향이 너무 좋다."

"언니, 저 오이향 향수 샀는데요?"

"그 향... 언니... 핸드크림 향이야..."

M 엄마가 깔깔대며 웃었다.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우린 계속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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