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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하는 지니작가 Feb 21. 2023

시절 인연- 옆가게 알바생 남자

자상한 그 남자가 내 남편은 아니다



맥주집 알바를 했던 시절. 우리 가게 옆에는 ** 치킨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프랜차이즈 치킨이 많지 않을 때라 치킨은 동네에서 엄청 잘 팔리는 편이었다. 어느 날  **치킨집에서  알바생 남자 우리가게 사장님께 맥주를 달라고 하면서 인사를 했다. 사장님과 친해 보인 그는 사장님께  내 나이를 물었는지


"안녕하세요 누나"


라며 인사하는 친근한 알바생이었다. 처음엔 그의 친절함이 적응되지 않았고 부담스러웠다.  알고 보니  알바생남자 우리가게에서 알바를 하다가 **치킨으로 옮긴거라 사장님과도 친한 사이였다. 우리 가게보다 조금 일찍 마치는 치킨집에서 일이 마치면 우리가게로 맥주한잔 마시기도 하고 쉬는 날은 여자친구랑 같이 술을 마시러 가게에 놀러 오기도 했다.


딸만 둘인 여사장님은 알바생남자를 이뻐하셨다.  착하고 성실한 알바생남자를 두고 여자친구가 남자 보는 눈이 있어 남자를 잘 만났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셨다. 그 시절 남자친구가 있는 나에게 자상한 남자를 만나야 된다는?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타고난 자상함이 있나보다. 

여자만 있는 가게에서 남자가 필요한 순간 알바생남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손님들의 사소한 다툼이나 시끄러운 문제가 생기면 나는 치킨집을 쳐다보고 구원요청을 했다. 그러면 일하다가 짬을 시간을 내어 가게의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


1년정도 알바를 하며  알바생 남자의 형이랑도 알게 되어, 가게에 놀러 오기도 하면서 형과도 인사하며 지냈다. 친절함이 집안내력인지 형은 알고 지낸 이후로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 인사를 하기도 하고 간혹 캔커피를 사다 주고 그랬다.


무뚝뚝한 남자가 태반인 부산에서 나란 여자는 적응되지 않는 친절함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고마운 마음도 든다. 친절한 형제에 대해 사장님은 집안이 친절이 몸에 베인 형제라고 또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직장을 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몇 번은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인사를 하던 사이였다.

딱히 연락처를 물어본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종종 우연히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사람이었다.






결혼을 하고 부산에서 살았지만 30년을 살았던 동네를 벗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조금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정착한지 13년째에 접어들었다. 


결혼 전 살던 동네 내 고향.  태어나서 쭉 살았던 동네였다. 오래 살아 밥집을 가도, 시장을 가도 아는 사람을 꼭 만났다. 그게 좋기도 하지만 불편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신혼생활로 이 곳으로 이사를 와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휴일날 시내에 나갔다. 목적이 있어야 움직이는 우리 가족이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해 첫째 둘째가 하는 태권도페스티벌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에는 주차공간이 협소하다고 주차 할 곳이 없다고 했다. 늦으면 인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한다는 공지가 보고, 일찍 일어나 준비해 약속시간보다 3시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첫째와 둘째는 행사 연습을 위해 잠깐 헤어지고 막둥이와 남편 셋이서 이른 시간에 시내를 돌아다녔다.

올해 다섯살이 된 막둥이를 데리고 일요일 오전에 부산 시내를 돌아다니긴 첨인거 같다.


막둥이와 손잡고 걸으니 삼남매가 아닌 외아들을 키우는 기분이 살짝 들었다.

막둥이가 첫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그래도 막둥이는 막둥이라고 코로나로 외출도 거의 없이 살아 어릴 때부터 많이 걸어본 적 없는 아이다.  조금만 걸어도 안아달라고 하는 어린 막둥이가 큰아이 둘보다 훨씬 힘겹기도 하다. 


오랫만에 이른 외출로 거리는 한산했다. 여유롭게 시내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첫째와 둘째의 태권도 행사시간까지 3시간 넘게 여유가 있었다.

걸으면서 남편에게  간단하게 점심을 먹자고 이야기했다. 

 

3주 전쯤 남편이 서면에서 이틀정도 교육을 받으면서 근처 밥집을 돌아다녀 봤는데 먹을데가 너무 없다고 하면서, 그나마 물어 물어 찾아간 밥집은 양이 0.8인분인건지 4명이서 7개를 시켜서 먹었는데 배가 안불렀다며! 시내에서 밥은 먹지 말자고 했다.  


시간은 많고 어디를 갈지 몰라 헤매이다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구입하고,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으러 맥도날드로 갔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아들과 남편 같은 자리에 앉고 나는 마주앉은 자리에 앉았다.

햄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는데 우리와 비슷한 가족이 보였다. 나와 반대로 엄마와 아들이 같은자리에 앉아있고, 마주 앉은 자리에 남편으로 보이는 가족이 있었는데  왠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치킨집알바 했던 알바생남자 같았다. 사실 너무 오랜만이라 긴가민가 했는데 보면 볼수록 맞는 거 같았다. 그 사이 햄버거가 나와서 먹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계속 보는 것도 실례가 되고^^;;) 가끔 곁눈질로 그 가족을 지켜봤는데 그 남자는 가족의 필요한 것을 갖다주려고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닙킨을 받으려고 카운터에 섰다가 내 앞자리 줄을 서서 뭔가를 받아가려고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다. 


'여전하구나'


내가 못 본 걸 수도 있지만, 남자 가족들은 매장을 나가기 전에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그 남자의 일면만 보고 하는 말이겠지만, 나이가 든 그 남자는 여전히  발 빠르게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오랫만에 만난 아는 얼굴. 잠깐 봤지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척을 할 만큼 친한사이도 아니고 출산 후 늘어난 살로 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은 출산이후에 나를 알아보지 못해서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우연히 만난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시절인연. 

또 인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가정 꾸리고 사는 모습을 잠깐 보며 

잘 지내는 모습을 봐서 좋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내 남편과 판이하게 다른 다정한 남편을 둔 그 여성이 부러워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다정한 그 남편이 내 남편은 아니니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남자는 

이런 나의 감정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한 겨울 따뜻한 매장안에서


자기야
덥다 
먼저
나가 있을게 
천천히 먹고
막둥이 데리고 나와


라고 이야기하며 앞장서는 분이라서.







시절인연 


예전에는 알게 된 사람들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을 내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나만 원한다고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는 깨닫고 나서는 

관계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관계는 모래같다. 

움켜쥐려 할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알


나이가 들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들과 함께 해야 행복할거라고 

했던 것은 결국  

나의 욕심이었다것을 


애쓴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도움을 준다고 했던 행동들이

독이 되었을 수도 있음을 


지금 나와 인연이 닿지 않는다 해도

잘 살고 있는 그들을 응원해주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수도 있는 

관계도 있음을


나와의 시절인연은 끝났지만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걸로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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