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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라기에는 많이 가벼운 차이점도 같이 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아져서 가독성을 위해 또다시 편을 나누게 되었다.
참고로 어디가 더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글은 전혀 아니다.
(한국에서 느낀 부분을 소제목으로 구성했다.)
1. 브레이크 타임
점심시간을 놓치면 오후 3시나 4시에도 식사 약속을 잡곤 했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들어가 식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귀국해서 지인과 식사약속을 잡았다.
그러다 브레이크 타임을 맞닥뜨렸을 때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에도 이랬던가?
2. 중간 식탁 정리를 하지 않는다.
[식당]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식사를 마칠 때까지 종업원들이 식탁을 건드리지 않는다.
* 찬이 계속 나오는 식당은 예외이며, 추가 주문을 많이 하거나 별도로 요청하면 정리해 주신다.
러시아/카자흐스탄 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식사 중간중간에 와서 빈 그릇을 치운다.
한국 사람들이 보면 자칫 '빨리 먹고 나가버려.'정도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며, 오히려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 푸드코트, 카페]
러시아/카자흐스탄에서는 식사 후 쟁반을 그대로 올려두면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정리한다.
푸드코트에서 스스로 정리하도록 독려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냥 두고 간다.
한국에서는 손님들이 쟁반을 정리한다.
무심코 그냥 일어나다가 동행자들에게 매너 없다고 질타받았다.
3. 식당에서는 식사만
러시아/카자흐스탄 종업원이 빈 그릇을 치우러 왔다가 식사가 끝날 것 같아 보이면 물어본다.
"디저트나 마실 건 뭘로 하시겠어요?"
그러면 그 자리에서 익숙하게 커피나 차, 케이크를 주문한다.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기며 천천히, 느긋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 2차로 가려던 카페가 따로 있다면 그냥 계산서 달라고 하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식육식당이나 백반집에도 디저트 메뉴가 따로 있는 것이다.
나가는 길에 커피 자판기나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식당에서는 정말 식사만 하고 일어난다.
4. 빵은 후식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후식을 먹지 않는다는 뜻은 당연히 전혀 아니다.
사리 추가한 곱창전골에 밥까지 볶아먹고 나와서 허니브레드 먹으러 간다.
쟁반 가득 맘모스빵, 밤빵, 마늘바게트, 단팥빵 차려놓고 나눠먹기도 한다.
분명 예전에는 함께 즐기던 문화였는데, 오랜만에 보니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이었다.
치즈빵 한 개, 크루아상 한 개도 식사로 치는 나라에서 살다가 보면 어떻게 저걸 다 먹을까, 어떻게 저렇게 먹고도 날씬할까,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하다.
5. 계산은 나가는 길에
한국에서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을 불러 계산서를 달라고 할 뻔했다.
대부분 러시아/카자흐스탄 식당에서 계산은 자리에서 하기 때문이다.
1) 계산서를 가지고 오고
2) 내역 확인하고
3) 계산서와 함께 갖고 온 통에 현금을 넣거나 카드로 결제하고
4)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받는다.
계산대에서 뻘쭘하게 기다리거나 길을 막을 일은 없지만, 식사 후 척척 걸어 나가 계산대로 직행하는 한국 시스템이 훨씬 빠르다.
6. 외투 맡기는 공간이 없다.
두툼하고 긴 외투는 안고 있거나 의자에 걸기가 애매하고 불편하다.
바깥에서 눈이나 비, 먼지를 묻히고 들어온 외투를 식사 자리에 두는 것도 거시기하다.
아끼는 외투에 음식 냄새가 배는 것도 별로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гардероб(가르지롭)에 옷을 맡기고 옷걸이 번호표를 받아 식사하면 해결된다.
아예 식당쪽에서 먼저 옷을 맡기고 들어오라고 안내를 한다.
겨울이 길고 땅이 넓은 나라라서 마련 가능한 공간인 것 같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가 추가 공간 확보, 옷 맡기는 곳에서 근무할 인원 인건비 때문에 아무래도 국내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
7. 이른 마감시간
한국에서는 이상적인 저녁식사시간을 살짝 넘긴 오후 8시에 이미 식당에 가기가 애매해진다.
검색을 해보면 마지막 주문 마감시각이 대부분 19:30, 20:00, 20:30 정도이다.
붕어빵도 그 시간이 지나면 장사를 접는 것 같다.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은 메뉴가 국밥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 주점은 논외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는 그 시간대 선택의 폭이 훨씬 다양했었다.
아마 식사와 디저트, 술과 물담배까지 함께 취급하는 식당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자정을 넘겨 귀가할 때 고픈 배를 진정시키던 고마운 길거리 음식 샤우르마(케밥)도 있다.
* 식당은 아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마트가 없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인건비를 떠나 누군가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굳이 24시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8. 일찍 여는 빵집을 찾기 힘들다.
귀국 직후 바로 체감된 점들 중 하나이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오전 8시쯤 귀가하는 길에 마트나 동네 빵집에서 갓 구워낸 식사빵을 사는 게 루틴이었다.
한국인은 그래도 밥심이므로 아침빵 수요가 낮은 게 당연하다.
9. 한국에서는 각자 잘하는 분야 위주로 판다(dig).
한 마디로 백반이면 백반, 치킨이면 치킨, 족발이면 족발보쌈, 횟집이면 회종류이다.
종합분식점이나 어린이용 돈가스를 판매하는 국밥집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이 주재료에 충실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 간혹 김치볶음밥이 끝내주는 브런치집이나 치킨이 환장하게 뛰어난 아구찜집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사항이다.
이번 항목은 특히 러시아/카자흐스탄 내 한식당과 다른 점이다.
해외 한식당들이 지닌 공통점일 수 있는데, 온갖 메뉴를 같이 취급한다.
푸드코트가 아니어도 한 자리에서 치킨, 족발, 비빔국수, 짜장면, 비빔밥, 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식당이 아니더라도 피자, 스시, 케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취급하는 식당이 아주 많긴 하다...
10. 음료를 큰 사이즈로 주문해서 나눠먹을 수 없다.
각종 과일이 들어간 레모네이드, 무알콜 모히또, 주스 외 음료는 보통 두 가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다.
개인용(보통 0.3L), 큰 사이즈(보통 1L)
인원이 충분할 경우 1리터짜리로 주문해서 나눠마시곤 했다.
* 개인적으로 마시고 싶은 게 있다면 당연히 우선 존중한다.
이렇게나 자잘하게 많은 걸 보니, 역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