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대나무숲

by 연목

지난 학기, 26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예정에 없던 복직을 한 나는 매일이 전쟁 같았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일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흔들리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었다. 그런 바쁜 일상 속에서 새로 온 강사 선생님이 내 교실을 자주 찾아왔다.


"선생님, 학생들이 늦게 오면 어떻게 하세요?" "상담일지는 보통 어떻게 작성하시나요?" "출결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처음에는 당연한 질문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한 질문들이 반복되고, 사무실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 내용들까지 나에게 묻다 보니 조금씩 부담스러워졌다. 아이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상황에서 그녀의 방문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 내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 혹시 학생들하고 트러블이 있으면 어떻게 하세요? 경우없고 예의없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다. 사실 나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니까. 그래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황급히 말을 거두고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몇 주가 흘렀고, 종강과 개강 사이 강사회의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 강사 선생님이 학생과 크게 다퉜고, 심지어 학생이 그 상황을 모두 핸드폰으로 녹화하고 녹음했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개입할 정도로 심각했고, 들리는 바로는 수위가 꽤 세었다고 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그 일로 학교를 그만 두셨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는 철저히 혼자였던 것 같다. 바로 옆 교실에 있던 나조차 그녀의 어려움을 외면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이 터지고 종강이 되고 다시 개강할 때까지도 나는 몰랐으니까. 그녀에게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학생과의 트러블이라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상황까지 갔는지 이유와 과정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그리도 황망히 학교를 그만둬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대나무숲이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귀찮아만 했던 것이 너무도 미안했다.


교사라는 직업은 참 외롭다. 학생들 앞에서는 항상 완벽해야 하고, 동료들 앞에서도 무능해 보이고 싶지 않다. 학부모들에게는 더욱 조심스럽고, 관리자들 앞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진다.


"학생들 진짜 나쁜 놈들이야!" 이런 푸념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는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교사도 인간이니까. 때로는 화가 나고, 속상하고, 지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감정을 표현할 곳을 찾지 못해 혼자 삭이다가 결국 폭발하고 만다.


선생님들에게도 안전한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판단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실에서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면, 나는 동료 교사들에게 그런 대나무숲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따뜻한 대나무숲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선생님도 사람이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많이 극성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