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 내 남편에게

by 연목

오늘도 당신은 조용히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문득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요즘 당신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은 일에도 신경질을 내고, 특히 나에게만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드러내는 당신.

처음엔 서운했습니다.

왜 아이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아빠가 나에게만은 이렇게 날선 말을 할까 싶어서요.


돌이켜보니 나는 참 즉흥적이고 변덕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갑자기 뭔가를 시작하고 싶어 하고, 계획 없이 결정을 바꾸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나.

당신은 그런 나의 뒤치다꺼리를 묵묵히 해왔지요.

계획형이고 내향적인 당신에게 나의 돌발행동들은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을까요.


나는 당신이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주고, 늘 침착하게 가정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도 사람이었네요. 지치고, 힘들고, 때로는 화도 내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전, 아이 앞에서 우리가 다투었을 때, 4살 딸아이는 우리에게"싸우지마! 그만해"라고 외쳤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어요.

우리의 감정 싸움이 순수한 아이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당신도 그때 미안했을 거예요.

아이 앞에서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 자신이 부끄러웠을 거고요.

당신이 아이에게만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이유를 이제 압니다.

아이만큼은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겠지요.


50세, 지천명의 나이가 된 당신.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하지만, 사실 더 많은 것들이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도 있어요.

젊음은 뒤로하고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는 현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연함까지.

그래서 나에게 더 짜증을 내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가장 편한 사람이니까, 나에게만큼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이제부터는 내가 더 신경 쓸게요.

당신이 계획을 세우면 함부로 바꾸지 않을 거예요.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당신과 상의할게요.

당신의 내향적인 성격을 더 이해하고 존중할게요.

그리고 당신이 힘들 때는 혼자 견디지 말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마음을 들려주세요.

우리는 부부잖아요. 서로의 짐을 나누어져야 하는 사이잖아요.


50세가 된 당신이 더욱 소중합니다.

젊은 시절의 패기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대신 깊이와 안정감이 더해진 당신.

가정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당신.

아이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전히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람인 당신.


지천명의 나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가 된 당신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고 싶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우리 아이에게는 따뜻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더 좋은 아내가 될게요.


사랑하는 아내가

Gemini_Generated_Image_twmsp1twmsp1twms.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