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에서 배운
진짜 어른의 기술

by 연목

우리 독서동아리에는 60대 어른 네 분이 계신다.
나는 마흔다섯, 막내다.


심지어 50대 회장 언니조차 그분들 앞에서는 기가 눌려 보일 때가 있다.

첫 만남은 압박 그 자체였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완전… 라떼는 꼰대들 집합소야!”


당시 나는 육아와 시어머니 병간호, 연이은 상으로 지쳐 있던 터였다.

그런 내게 전직 임원, 공무원, 교사, 강사 출신의 화려한 경력과 수십 년 독서 내공을 갖춘 분들의 존재감은 버겁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분들의 진짜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말씀이 느리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가 전해졌다.


- 유일한 남성 회원 A선생님은 지식이 컴퓨터처럼 정확하다. 진화론이나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 늘 이성적이지만, 웃을 때만큼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 공무원 출신 B선생님은 반듯하고 세심하다. 말이 적지만 책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보다 날카롭고 깊이 있는 통찰을 건네신다.


- 교사 출신 C선생님은 정의감이 강하다. 목소리 크고 눈물도 많으며, 약간 엉뚱한 매력 덕분에 늘 모임을 활기차게 만든다.


- 영어 강사이자 쿠키 공방을 운영하는 D선생님은 까칠해 보이지만 통이 크다. 매달 탈북민을 위해 케이크를 굽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재능기부한다.


처음 몇 달은 솔직히 불편했다.

재미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고, 나이를 앞세워 번거로운 일을 떠넘기는 듯했다.

회장직 제안도 거절하고 모임에서 발을 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임이 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육아에 지쳐 있을 때는 미술관 관람을 함께 가자고 제안해주시고, 모르는 사이 가방 속에 쿠키 한 봉지가 들어 있기도 했다.

내 딸아이 옷을 사주시면서 “마음에 안 들면 바꿔”라며 영수증도 함께 넣어 살포시 건네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강연회에서는 내 이름으로 사인을 받아와 주시기도 했다.


입으로는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며 혀를 차시지만, 뒤돌아서면 따뜻하게 챙겨주신다.

나를 어른으로 대하면서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시는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진짜 어른은 잔소리로 가르치지 않아도 삶으로 보여주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책을 매개로 만난 이 츤데레 어른님들 덕분에 나는 독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지혜와 온기를 배우고 있다.

내게는 쿠키 한 봉지, 한 권의 책, 한 번의 미소가 거대한 선물이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도 누군가의 가방에 몰래 쿠키를 넣어주는, 살짝 귀찮지만 속 깊은 츤데레 어른이 되리라.

60대 할머니 3명, 60대 할아버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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