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골드미스 내 친구

“명품보다 무겁고, 자유보다 두려운 것”

by 연목

45살 내 친구는 소위 ‘골드미스’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강사 수입은 그녀에겐 그저 귀여운 용돈일 뿐이다.


수입차를 몰고, 계절마다 명품 가방을 바꿔 들며, 늘 연하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긴다.
인플루언서 협찬을 받고, 거의 매년 한국어 교재도 출간한다.

자기계발, 맛집 탐방, 인스타그램 관리까지. 그녀는 언제나 열심인 사람이다.


결혼 전부터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내 투정에도 웃어 넘기던 그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결혼 후 그 부러움은 더 커졌다.
육아 우울증에 지쳐 있던 나는,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그녀의 사진을 바라봤다.
“지금 어디야?”
아이 울음소리 사이로 보낸 메시지에, 그녀는 와이키키 해변 사진을 보내왔다.
“날씨 완전 좋아! 너도 아이 좀 크면 같이 가자!”

인스타그램 속 그녀는 늘 행복해 보였다.

나는 기저귀를 갈며 초라한 얼굴로, 반짝이는 그녀의 웃음을 바라봤다.


그런데 얼마 전,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표정을 지었다.
커피잔을 돌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엄마가 편찮으시고… 나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더라.”

늘 당당했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밤에 혼자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아프면 누가 날 돌봐줄까?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는 정말 혼자가 되는 건가….”


그제야 알았다.
화려한 인스타그램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혼자라는 것의 무게를.
그리고 45살이라는 나이가 던지는 두려움을.


나는 그녀를 일방적으로 부러워만 했다.
겉으로 드러난 반짝임만 보고, 그 안의 외로움은 외면했다.


“사실 가끔 너도 부러워.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고.
힘들어도 가족이 있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나만 그녀를 부러워한 줄 알았다.
정작 그녀는 내가 가진 울타리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현재의 버거움에, 그녀는 미래의 불안에.


며칠 뒤, 우리는 동네 작은 카페에 앉았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잠시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비 오는 날이 좋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모든 걸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 하루는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되겠다고 느꼈거든.”


그 순간 깨달았다.
화려한 여행과 명품 뒤에도 그녀에게는 작은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지금 내 삶 속에서 찾아야 할 쉼표가 있다는 것을.


완벽해 보이는 삶도 결국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울타리를 동경한다.


결국 우리는 저마다의 부족함과 충만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제는 비교 대신 이해를, 시샘 대신 응원을 하고 싶다.
내 친구의 삶을, 그리고 내 삶을.


남의 잔디밭은 언제나 더 푸르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곳에도 보이지 않는 잡초가 자란다.
삶은 더 나은 것을 찾아 헤매는 경쟁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을 돌보고 지켜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나눌 때,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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