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나를 흔들다”

책을 꼭 붙잡아요!

by 연목

한 달에 다섯, 여섯 번씩 지역 도서관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한 지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처음 참여했을 때의 설렘과 긴장은 아직도 생생하다.

진행자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질문지를 앞에 두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 2시간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토론이 시작되고 다른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나는 책을 ‘읽기만’ 했구나.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찾듯, 줄거리와 표면적인 내용 파악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 변화, 작가가 행간에 숨겨둔 의도,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사유는 부족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이런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나는 단순히 한 여성의 기이한 행동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토론에서 다른 패널들은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 여성의 주체성, 폭력의 일상화 같은 깊이 있는 주제를 끌어냈다.

『흰』에서 놓친 상실과 애도의 미묘한 결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들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들이 칭송하고 감탄하는 표현들은 처음에는 낯설었다.

“이 구절에서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진다”, “이 장면은 현대인의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말을 들을 때, 나는 같은 책을 읽고도 왜 이런 감각을 느끼지 못했는지 자문했다.

때로는 부러움이, 때로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부족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배움의 시작이었다.

토론을 거듭하며 나는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익혀간다.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로 질문의 차원이 달라졌다.

다른 패널들의 해석을 들으며, 같은 텍스트도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읽힐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된다.


가끔 토론 전에 질문지에 답을 미리 준비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

멋진 답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는 상기한다.

완벽한 답을 준비하는 것보다 솔직한 의문과 진정성 있는 감상을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을.


독서토론을 통해 배우는 가장 큰 것은 ‘다르게 읽기’다.

나와 다른 배경,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책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듣는 것은 책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70대 어르신이 젊은 주인공의 방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육아맘이 모성에 관한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직장인이 노동 소설에서 무엇을 발견하는지… 이런 다양한 시선이 모여 책 하나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또한 나는 경청하는 법을 배운다.

처음에는 내 차례가 오면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패널의 발언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내 생각과 연결시키는 재미를 안다.

때로는 정반대 의견을 들으며 느끼는 지적 자극도 흥미롭다.


독서토론은 나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주었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이제는 책을 읽고도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라고 자문하고, 그 답을 토론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찾아간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책을 매개로 한 진솔한 소통의 경험이다.

일상에서는 쉽게 나누기 어려운 깊이 있는 대화,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 그 경험 자체가 귀하다.


이제 나는 토론 패널이 되기 전보다 더 천천히, 더 깊이 책을 읽는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 부족함조차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안다.

다음 모임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관점을 만나게 될지, 어떤 놀라운 해석을 들을지 기대된다.


독서토론은 단순히 책 읽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즐거움을 선물했고, 나는 그 덕분에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신나게 책과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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