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소설쓰기

by 연목

국어국문학과 졸업장을 받은 지 어느덧 스무 해가 흘렀다.

그 긴 세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소설을 써본 적이 없었다.

문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아니 어쩌면 전공했기 때문에 더욱, 소설 쓰기는 내게 너무 먼 일처럼 느껴졌다.

좋은 작품을 너무 많이 읽어버린 탓일까.

나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내가 지역 상주작가의 "미완의 소설쓰기" 수업에 등록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기가 죽었다.

수강생 중 내가 최고령이었다. 마흔다섯.

다들 신춘문예와 각종 공모전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이번 ○○문학상 응모하실 거예요?" "작년에 2차까지 갔었는데..." 반짝이는 눈빛들.

단단해 보이는 원고 뭉치들. 나는 텅 빈 노트만 들고 구석자리에 앉았다.


첫 수업 후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커서만 깜빡거렸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겨우 한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남편이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불렀을 때, 나는 겨우 두 문장을 완성한 상태였다.

"어떻게 돼가?" 남편이 물었다.

"음... 쓰고 있어."


며칠 후, 용기를 내어 쓴 초고를 남편에게 보여줬다.

그는 한참을 읽더니 고개를 들었다.

"이거... 거의 역대급 폐급 막장 소설인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엉망진창이었다.

설득력도 없었고, 논리도 없었다.

담백하게 쓰려니 재미가 없었고, 조금 과하게 쓰려니 막장드라마가 되어버렸다.

매번 그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단편소설은 보통 11장 정도면 된다고 했다.

고작 11장. 그런데 한 문장, 한 문장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한 문장도 못 쓸 때가 많았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커피를 타러 갔다가 그냥 주방을 정리하기도 했다.

핑계였다. 무서웠다.

내가 쓴 문장이 형편없을까 봐.


그런데 이상했다. 고통스러운데 즐거웠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다음 수업이 기다려졌다.

밤늦게까지 끙끙대며 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지만, 그 과정이 싫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면, 마치 출산의 고통 같았다.

아프지만, 그 끝에 무언가 태어날 것 같은 기대감.


수업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왜 소설을 쓰시나요?"

다들 그럴싸한 대답을 내놓았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꼭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내게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냥 쓰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무대포 아줌마 정신으로 수업에 출석하고 있다.

잘 쓰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쓸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괜찮다. 마흔다섯에 시작한 이 서툰 도전이 나는 그냥 좋다.


못써도 그냥, 그냥 한다. 그냥 계속 해보고 싶다.

언젠가 이 미완의 소설이 완성될 날이 올까?


아니,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제목처럼 "미완"인 채로 남아도.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쓰고 있다는 것.

마흔다섯 살 아줌마가, 스무 해 만에 처음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연다. 커서가 깜빡인다. 한 문장을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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