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강사로 일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이동의 연속이다. 3개월마다 새로운 계약서를 쓰고, 새로운 기관을 찾아 헤매며, 이력서와 면접을 반복하는 프리랜서의 삶. 이런 불안정한 환경에서 동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단순한 인맥을 넘어 생존의 끈과도 같다.
함께 일했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유능하고 친절했다. 특히 그들만의 따뜻한 '오지랖'은 이 척박한 업계에서 만나는 작은 온기였다. 교안을 공유하고, 면접 정보를 나누며,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든든한 동반자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카카오톡 알림음이 반갑지만은 않게 되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뒤에 이어지는 것은 안부가 아닌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 대학 정보 아시나요?",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구구절절한 본인의 어려운 상황 설명 후에 이어지는 정보 요청.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묘한 서운함.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선생님의 메시지를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나 하는 선입견도 함께 자리했다. 예상대로 안부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메시지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자책이 따라왔다. 과연 내가 그 선생님에게 좋은 소식으로 연락했다면, 정말 사심 없이 축하해줄 수 있을까? 질투나 비교 의식 없이 순수하게 기뻐해줄 수 있을까? 같은 처지에서 경쟁하는 우리 사이에서 진정한 우정이 가능할까?
이해한다. 프리랜서라는 외로운 길에서 물어볼 곳도 없고 도움받을 곳도 마땅치 않은 그 막막함을. 그래서 나에게 연락했다는 것을.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요할 때만이 아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작은 성취도 함께 기뻐하고, 힘든 순간도 나누며, 진짜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야만 나도 그런 연락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닐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나 도움만이 아니다. 서로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작은 변화도 기억해주는 따뜻한 관심이다. 그런 관계에서 비로소 진정한 도움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