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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Aug 21. 2022

15. 먹는 재미

좋아하는 사람+맛있는 음식=더할 나위 없는 행복

‘유용욱 바베큐연구소’, ‘이속 우화’, ‘키이로’, ‘아루히’ - 매 번 시간이 날 때마다 예약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오마카세 식당 리스트 중 일부다. 몇 달째 성공한 이력이 없다. 포기할 법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기웃거린다. 점심값이 몇 천 원 올라 비싸다고 징징대면서도, 몇 만 원짜리 음식을 맛보려 알람을 맞추고 예약하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현타가 오지만 큰 이유는 없다. 그냥 가끔은 돈을 조금 쓰더라도 좋은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는 재미를 누리고 싶은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중에서. 행복의 핵심=사랑하는 사람+맛있는 음식을 자주먹는것

하지만 아무리 파인 다이닝 예약 전쟁의 금손일지라도, 택시를 타서 미터기를 보지 않고 쿨하게 계산할 수 있는 부자가 아닌 이상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을 수시로 접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기에 요즘은 직접 요리해서 먹는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사 먹는 것보다 손도 많이 가고,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고, 설거지라는 귀찮은 추가 과정이 동반된다. 그럼에도 일단 나의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퀄리티가 어찌 되었든 결과물이 나오고, 함께 먹는 사람과 요리의 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들이 결국 요리해서 먹는 재미가 아닐까.


퇴근 후 금요일 저녁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음악이나 라디오를 bgm으로 틀고, 내가 했지만 맛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주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다가올 주말을 기다리는 장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대식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삼시세끼 모두 챙겨 먹고, 무얼 먹느냐에 늘 신중한 나는 아마 계속 먹는 재미만큼은 놓치지 않고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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