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의 첫걸음
나의 일일 평균 스크린 타임은 4-5시간이다. 화면도 최소 100번 이상은 켜보는 것 같다. 알람이 오지 않아도, 어떤 행동과 행동 사이의 term이 생기면 오른쪽 전원 버튼을 클릭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화면을 켜고 제일 처음 실행하는 app list를 보니, 네이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정보를 얻거나 소셜 용도의 어플리케이션이 대부분이다. 언제 어디서나 세상의 많은 소식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렇게 인터넷과 전자기기만 있으면 시간 장소 불문하고 연결될 수 있는 요즘, 유일하게 세상과 단절 가능한 시간이 있다. 바로 비행기 모드. 출발지로부터 목적지까지 짧게는 50분 정도, 길게는 지구 건너편에 다다르는 반나절 이상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잠시나마 실시간의 세상과 잠시 단절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저마다 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기내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미리 출발 전 다운로드하여둔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는 동영상을 보기도 하며,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멍을 때리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항공편에서, 나는 ‘구름 멍’을 때리며 50분을 보냈다. 처음엔 이륙 후 제주 앞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했는데, 조금 더 올라가 보니 사진으로 담지 못할 만큼 동화 같은 구름들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처럼, 창문에 딱 붙어 이동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구름들을 그냥 멍하니 쳐다봤다. ‘저 구름은 위험한 구름일까?’ ‘어떻게 저렇게 솜사탕처럼 생겼지?’ ‘저기에 누우면 푹신할까?’ 같이 유아틱 한 질문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오랜만에 별생각 없이 멍을 때린 시간이었다.
비행기 모드를 꼭 항공기를 탈 때만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잠시 실시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잠시 단절하고, 내 머릿속 생각에 집중하고 싶을 때, 아니면 아예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비행기 모드를 켜고, 잠시 no wifi time을 가져보면 어떨까. 일상에 큰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나와 지금 이 순간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