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공원의 여름봄가을겨울 그리고 또 여름
밑미 메이커님이 남기신 리추얼 7일 차의 질문이었다. 나는 번뜩 ‘보라매 공원의 호수’가 생각났다. 출퇴근을 하며 거의 5년을 오갔던 곳인데, 출근길마다 매우 자주 저 호수 앞에서 카메라 앱을 켜고 있었다. 그만큼 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여름이든, 가을이든, 심지어 두 손이 주머니에 디폴트로 꽂혀있는 겨울까지. 그때부터 지나갈 때마다 틈틈이 2-3초씩 영상을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1년 뒤쯤 그 영상을 모아 모아 1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었다. 보라매 공원의 사계절이 1분간 플레이되는데, 마치 나의 1년을 짧게나마 회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감을 열고 내 주변을 느껴본다는 게 이런 뜻인가 보다. 출퇴근에 지쳐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면 이 아름다운 순간을 그냥 지나쳤겠지? 아름다운 순간은 결국 내 마음이 만드는 것 같다.
"순간을 온전히 살려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드세요"라고 박웅현 작가님의 말씀을 좋아한다 앞으로 더 풍성한 일상 여행을 위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가두지 않고, 계속 주변에 더더욱 오감을 열고 많은걸 감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자주 지나치는 좋아하는 공간들의 사계절을 기록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