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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Dec 31. 2021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 in 제주 - 2일 차

무계획 여행. 그냥 순간순간 끌리는 대로

이번 여행은 계획 없이 그냥 그때그때 끌리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다짐했다. 휴대폰 알람 없이 눈떠지면 일어나 게으름 좀 피우다가 서서히 이틀 차 여행을 시작했다.


아침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 옆동네로 와봤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좀녀네 집의 성게 전복죽. 뭔가 장인의 손길이 제대로 느껴지는 죽이었다. 곁들여진 김치는 우리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질 만큼 맛있었다. 우연히 찾아온 식당인데 맛까지 있을 때의 뿌듯함이란!


여행을 할 때마다 꼭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지역 서점에 들르는 것이다. 제주는 독립서점이 정말 많다. 오늘도 숙소를 기준으로 "서점"을 검색해서 가까운 서점을 찾아봤다.

여기 찍힌것 말고도 정말 많았다


오늘의 픽은 제주 풀무질 책방. 이름이 낯익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바로 앞에 있던 종로 풀무질이 제주로 옮긴 것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학교 앞에서는 실용서, 참고서를 파셨었지만, 지금 여기 제주에서는 본인이 팔고 싶은 인문과학, 사회과학 서적들 위주로 팔고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제주 동부는 문화 소외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이곳에 서점이라는 터전을 마련하셨다는 게 참 멋진 분 같았다.



그렇게 사장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근처 카페로 가서 막간 독서를 했다. 바로 앞바다, 맛있는 커피, 좋은 책, 북적거리지 않는 공간의 여유. 이게 바로 일상 행복이지! 서울에서도 의식적으로 이런 쉼의 순간을 자주 만들어 주어야지.



생각보다 날씨가 좋아 책을 덮고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비밀의 숲'이라는 곳이었는데 사유지 숲이라 입장료가 2천 원 있지만 그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계속 눈이 갔던 시간.


걷고 난 뒤 동네로 돌아와 족욕카페에 갔다. 사장님께서 족욕의 효능을 설명해주시고 아로마 오일을 넣어주시는데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이셨다.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에 자신감이 넘치는 분들은 언제나 멋지다.

족욕중인 오빠. 피로가 스르르 날아감


둘째 날 저녁은 제주에 사는 친구네 부부와 함께 해산물 파티.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다렸던 순간 중 하나다. 예전에는 우리가 이렇게 제주에서, 심지어 부부동반으로 만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서로가 알아온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무계획의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재미가 끼어들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해 준다. 앞으로도 어딜 가든 이렇게 여행해야겠다.


오롯이 내가 행복한 순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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