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한계 짓지 않기
‘나는 그런 거 잘 못해’ ‘나 원래 성격이 이래’ ‘난 예술에 재능이 원래 없어’ - 생각보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한계 짓는 사고를 많이 한다. 나이로 무언가를 규정짓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물리적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갈 때마다 안 해본 분야에 대한 망설임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나를 한계 짓고 있는 것이다.
스무 살 중반 취업준비 시절. 스스로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고 주구장창 국내 기업에만 지원을 했었다. 어쩌다 친한 친구의 권유로 딱 한 군데의 외국계 기업에 지웠했었다. 그 당시 영어 이메일 쓰기 면접을 간단하게 봤었는데 그 조차도 자신 없는 티를 팍팍 냈었다. 웬걸, 그 회사가 내 사회생활의 첫 포문을 열어준 곳이다. 영어를 그때도 지금도 전문가 수준으로 잘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밥 벌어먹고 살 실력은 되었는데 스스로를 ‘난 영어 못해’라고 한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글쓰기도 마찬가지.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창작해내는 영역은 나의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본가에 가보니 고등학교, 재수 시절, 대학시절에 손으로 쓴 일기장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이렇게 글쓰기를 꾸준히 해왔던 흔적이 있는데 나는 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을까. 아마 책을 쓰는 작가들처럼 명작의 글을 쓰는 게 글쓰기라는 잘못된 나의 편견 때문에 스스로를 한계 지었던 것 같다.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집밥 요리, 지루해 보여서 나랑 안 맞다고 생각했던 하타요가, 이건 내 분야가 아니라고 확실히 단정 지었던 댄스 배우기. 이 모두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닌 데다가 심지어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더라.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좋지만 너무 단정 짓지 말자. 그러면 너무 결정지어진 삶의 방향으로만 살게 되지 않을까.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약간은 열린 마인드를 가져보자. 뜻밖의 경험이 나에게 새로운 기회와 문을 열어줄 수도 있는데 그 가능성을 스스로가 한계 짓지 말자. 일이든 취미든 일상생활의 사소한 경험이든, 아주 못 할 일이 아니라면 일단은 해보자. 설령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진 못할지라도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