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선 Sep 04. 2024

시명상/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파블로 네루다

질문이란 무엇일까요. 무언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때 그 답을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질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통 누군가 답을 알만한 이에게 질문을 하지요. 그러나 가끔 우리는 자신에게도 질문을 하지 않는지요. 그 질문은 다른 이에게 하는 질문과 사뭇 다를 겁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이 시는 존재의 근원과 현상에 대한 질문들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도마뱀의 꼬리가 잘려 나갔을 때 재생하는 것을 덧칠할 물감을 얻는다고 비유하거나, 소금이 왜 투명한지, 석탄이 왜 검은지, 어린 꿀벌이 언제 꿀향을 맡는지 등등 지 인간이 알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대해 의아해하거나 별과 물, 전갈과 독, 거북이와 생각, 나뭇잎과 푸른색의 연관관계, 즉 존재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파블로 네루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맨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의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 푸른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류시화 엮음. 58-59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그저 당연하게 여깁니다. 아니 사느라고 바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인간 세계에서 살아내느라 바빴지요. 먹을 것을 더 풍부하게 얻느라, 이 세상에 마음가는 것들을 획득하느라,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누리느라 바빠서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인간세계가 보여주는 것, 지닌 것에 대해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사회의 힘이고 시스템의 힘이고 가치관의 힘이요 용도입니다. 무언가 배워서 익혀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사회이니까요.

 

혹자는 교육이란 보통의 사람들이 한 줌도 안 되는 특정한 상류계급의 사람들에게 잘 봉사하도록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혹평하지요. 그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더 많이 배워서 더 사용처가 많아지도록 혹은 내 몸값이 더 비싸지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그러한 우리가 자연으로 눈을 돌렸을 때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한 줌도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혹자는 의문도 갖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 역시 사실이지요. 알 수도 없는 것에 대해 주의를 돌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답게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이 나로서 살아가도록 만든다는 것이지요. 내 존재의 근원,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그것은 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고 내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이며 언제 어디서건 일어서도록 하는 질문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살아가는 동안 매번 삶의 목적을 돌이킴으로써 형성됩니다. 내가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내 삶의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 자체가 소명을 말해주는 것이니까요. 

 

네루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질문이 무엇을 이뤄내는가가 아니었을까요. 존재의 근원이란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시명상/산산조각/정호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