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강선

by 이강선

절실함/이강선



시동을 건 순간

문득 팔뚝이 따갑다



휙 털어내니

녹색의 작은 생명체가

차 안을 이리저리 헤집다가

열어놓은 창밖으로 사라진다



나도 놀랐지만

저 녀석은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차는 달리고 또 달리지만

녀석은 내게 배를 환히 드러내놓은 채

앞 유리창에 붙어 꼼짝하지 않는다



지금 저 녀석에게는

유리창도 버틸 기둥인 게지.



여치 8월 15일 톱머리 해수욕장.jpg


엊그제 무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차안으로 여치가 들어왔더군요. 아니 들어온 줄도 몰랐지요. 밤새 환기하느라 살짝 열어놓은 창을 통해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시동을 건 순간 팔뚝으로 뛰어올랐지요. 아니 시동을 걸고 달리고 있는데 뛰어올랐습니다.



우리는 놀랐습니다. 아니 남편이 놀라 털어냈습니다. 무언지도 몰랐지요. 차안의 콘솔박스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서야 여치인 줄 알았습니다. 조수석 제 앞으로 뛰어오더군요. 저도 엉겁결에 휘저었습니다. 잡으려고 했지요. 물론 잡힐리 없습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니 어쩌다가 창밖으로 날아갔습니다.



나갔구나 했는데 차창에 나타났습니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서부터 팔짝팔짝 두 번 뛰어 가로지르더니 제 앞 유리창에 붙어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자리잡은 곳이 미끄러운 유리창이 아니라 평탄한 풀잎이나 나뭇잎인 듯 싶었습니다. 저렇게 얼마를 달렸을까요.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아마 신호등에 걸려 멈춘 순간을 틈타서 내려간 게지요.



그렇습니다.


산다는 건 매끄러움도 동앗줄로 만드는 일이지요. 경사진 유리창도 평탄한 풀잎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어느 벼랑에서도 버티어 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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