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광화문을 지나가다가 저 글귀를 보았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저 글귀를 읽은 순간 멈춰섰던 것을 기억합니다. 네 마음 속으로 번개가 흘러갔습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러했을테지만 제가 격한 감정을 겪었던 것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라는 구절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흔들립니다. 누구나 아픔을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러한 과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한 사람으로 우뚝 서는 것이지요.
꽃을 흔들리게 하는 것은 바람입니다. 혹은 비이기도 하고 눈이기도 하겠지요. 바람이건 비건 눈이건 우리는 흔들리게 만드는 그것들을 시련이라고 어려움이라고 봅니다. 흔드는 것들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바람에게는 에너지가, 비에게는 중력이, 눈에게는 차가움이 있습니다. 꽃 한송이가 버텨내기에는 턱없이 큰 힘이고 무거움이고 냉기입니다. 반면 꽃은 연약한 생명이고 힘없는 개체지요. 그러나 이윽고 그 꽃은 만인의 환호를 모으는 꽃잎이 됩니다. 생명의 정기를 담뿍 안은 환희가 됩니다.
꽃이 꽃인 것은 생명의 정기를 한 몸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꽃임을 인정하고 꽃으로 피어날 것을 허용하며 각각의 향기를 흘려보내도록 허용하는 그러한 곳이야 말로 좋은 곳이 아닐까요. 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글을 읽고 난 후, 아니 가슴에 전류가 흘러가고 난 후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건 나 역시 꽃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힘겨움을 겪고 있는 꽃, 그러나 언젠가 나임을 피워낼 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꽃은 무엇인지요.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전율하게 하는지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민주주의가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