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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영 Dec 17. 2018

더 갤러리스트가 국내미술시장에 제안한 유연함과 적극성

WAP 아트스페이스

더 갤러리스트 [사진=고데영]

‘더 갤러리스트’는 국내 10개의 갤러리들이 한 곳에 모여 진행 중인 합동 전시다. 14일 개막해 내일(18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당초 관람객이 아닌 갤러리스트에 초점을 맞춰 열린 더 갤러리스트는 작품과 컬렉터 사이를 이어주는 갤러리스트들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데 의의가 컸다. 주어진 공간 속에서 갤러리스트의 시선을 통해 각각의 갤러리들이 꾸며졌다.


17일 방문한 청담동 WAP 아트스페이스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갤러리스트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작품 구매를 상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갤러리 공간들 역시 갤러리스트에 따라 구성이 달랐다. 갤러리조선은 평소 전시 때처럼 작품 옆에 설명을 상세히 적어 놓은 반면 가나아트갤러리는 작품 옆 공간 벽에 작가 이름만 끄적여 놓았다. 물론 아예 작품 소개가 없는 갤러리도 있었다. 갤러리2는 별도의 좁은 공간에 다수의 작품들을 밀집시켜 마치 비밀창고와 같은 느낌도 주고 있었다.


갤러리스트를 전시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도는 각자의 사무공간을 각 전시 중앙에 위치한 것으로 충분했다. 사람들은 전시를 보다가도 업무를 보는 갤러리스트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 수 있었다. 또한 전시 공간마다 위치한 테이블이나 소파, 가구 등은 관람객들을 그 공간에 좀 더 머물도록 하고 있었다.

갤러리2의 전시공간 [사진=고데영]

이번 전시는 여러 갤러리들이 협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기존의 아트페어와 달리 갤러리스트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늘어난 전시 관람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작품 판매율을 보이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한 유통 시장을 만들려는 고민이 엿보였다.


사실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소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미술업계 전반에 들려왔다. 그 결과 대안공간은 꾸준히 늘어났고 아트페어도 열리는 요즘이다. 이번 기획 역시 이러한 업계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단지 하나라도 더 팔자는 것이 아닌, 하나의 미술 유통을 습관이자 문화로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실제로 더 갤러리스트는 판매 공간의 역할과 더불어 네트워크의 장으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었다. 컬렉터와 갤러리스트가 삼삼오오 모여 소파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각자의 출신과 학교 등을 설명하며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더 갤러리스트 [사젠=고데영]

이번 전시를 주최한 ‘협동작전(COOP)’은 갤러리조선, 갤러리2, 윌링앤딜링 등 세 곳이 미술유통구조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기 위해 올해 결성한 조직이다. 이들을 포함해 가나아트갤러리, 학고재 등도 이번 전시에 함께 했다.


이들은 앞서 10월 서대문구 천연동에서 ‘솔로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더 갤러리스트는 솔로쇼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솔로쇼는 대안적 미술시장으로 등장해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며 호평을 얻었다. 당시 솔로쇼가 시장 골목에 위치한 원룸건물에서 열린 다소 파격적인 아트페어였다면 이번엔 제대로 된 전시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솔로쇼와 더 갤러리스트 모두 대안 공간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미술품 유통 시장을 그려내고 있다. 올해 KIAF와 같은 대규모 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해 비엔날레, 미술주간 등이 미술 관람의 빈도를 높였다면, 이번 기획은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모색하고 있었다. 올해가 시작인 만큼 내년이 더 기대되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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