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갤러리, <노동요:흙과 매트리스와 물결>
어지러움 속에 질서 있고, 질서 속에 특별함이 있다. 작가 백현진 전시의 한 줄 요약이다.
지난 2월부터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그의 전시의 주제는 <노동요: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이다.신작 60여 점을 비롯해 일주일에 두어 차례 진행되는 작가 퍼포먼스가 함께했다. 전시 연장을 한 번 거쳐 이제 폐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번 pkm에서의 전시를 30분 정도 둘러보면서 본인이 지금 작가의 뇌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엔 전시 공간으로 느껴졌던 곳이 작가의 복잡하고도 뚜렷한 사고로 꾸며져 있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그러한 복잡함 속에서도 그만의 일정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그의 전시는 어지러움과 질서의 향연이다. 얼핏보면 이해할 수 없는 희안한 페인팅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정한 패턴과 모양이 보인다. 반대로 같은 패턴으로 나열된 듯한 작품의 경우 실제로는 각기 다른 객체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세계는 선, 면 가릴 것 없이 나타난다.
갤러리가 제공한 보도자료에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각 페인팅은 전체이기도 하고, 부분이기도 하다", "페인팅은 무작위로, 혹은 의도적으로 조합되거나 배열될 수 있고, 페인팅 중에는 상하좌우가 없는 것들도 있다" 등의 설명이 있는데, 이번 전시를 축약하기에 적당하다.
전시 공간이 그의 뇌라고 표현한 데는 단순히 이러한 모습에서만은 아니다. 불규칙함과 질서의 공간 속에서 때로는 붉은 색채에 결이 굵은 붓질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보일듯 말듯 희미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마치 하루를 살면서 그의 뇌가 그려내는 모든 것이 이곳에 담긴 듯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시 공간 구석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그의 사고 속에 조심히 자리잡은 또 하나의 자아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작품 속 여성과 강아지의 모습까지 말이다.
삼성 플라토,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세번째로 찾은 백현진의 전시지만, 그 어느때보다(올해의 작가상 후보 때보다도) 그의 세계에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드라마, 영화, 음악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그지만,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은 역시나 갤러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됐다. 전시는 내일(7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