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다섯 번째.
서울 인근에서 군 복무를 했던 터라 가끔 서울 외곽지역으로 정찰을 나갈 일이 있었다. 그날은 대대장과 작전장교, 운전병. 이렇게 4명이서 급히 정찰을 하고 와야 할 일이 있어서 경기도까지 나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일찍 일이 끝나서 시간이 남은 대대장은 지프차를 돌려 친구가 근무한다는 다른 사단의 사령부로 향했다..
나보다 선임이던 운전병은 차에 대기하기로 했고, 대대장과 작전장교는 친구라는 그 부대의 대대장실로.
할 것 없는 나는 어쩌다 보니 그쪽 사단 군견병과 함께 군견을 구경하러 가게 되었다.
갑자기 흐려진 하늘은 폭우라도 내릴 듯 먹구름이 가득했고, 눈 앞 철제 케이지안에는 셰퍼드 한 마리가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 춥지 않은 초겨울이었으나 군견의 입에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증기 기관차처럼 뿜어져 나왔고, 군견이 저렇게 컸었나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과 새까만 털을 가지고 있었다. 동그랗고 노란 눈에서는 야광 볼처럼 빛이 났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기세에 눌려 그만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눈치챈 군견병은 웃으며 괜찮다고 내 어깨를 토닥였지만, 사실 몇 걸음 움직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산길에 호랑이를 만나면 눈빛을 보고 얼어붙어 도망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서있게 된다고 들었는데, 비슷한 기분이었으리라.
그때의 작은 충격은 기억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데, 어쩌면 당시의 위압감에 그 셰퍼드가 더 커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겁을 먹고, 주눅이 들고 위압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커 보이는 것은 자신이 작아지는 탓이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다섯 번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