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내 얼굴의 주름이 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언제나 나를 보며 살이 찐 것 같다고 한다. 향을 피울 라이터를 사는 나에게 사람들이 오해할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인다. 머리와 옷 입는 스타일이 별로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한다. 무엇보다 내가 폭력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인간이라 절대 글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사람은 언제는 기쁘고 대부분 짜증이 나 있다. 차분히 말하는 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늘 소리친다. 아주 오래 전 수능을 망친 내게 며칠간 밥을 주지 않았다. 백점을 맞으면 안아 주고 한 두 문제를 틀리면 시선을 거두는 어른이었다. 아프다고 하면 의심하고, 진단서를 보면 병원을 비난했다. 뭐라도 하려고 하면 너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년이라는 답부터 나와서 시작도 못하는 일이 잦았다. 차에 치여 바퀴에 깔려 배가 터져 죽었으면 좋겠다는 저주를 퍼부은 적도 있었다. 덕분에 나도 그가 교통사고가 나서 세상을 떠나길 간절히 기도했었다. 사과는 필요 없고 인정만 해달라 울며 비는 내게 정신병자는 나라고, 어줍잖은 몇 문장으로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며 비난했다. 한심한 대학교를 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는 말로 모든 대화를 차단했다. 본인에게 불리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니 성격이 이상해서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게 아니냐고 뜬금없이 외쳤다. 난 성인이 되어서도 이 때의 기억을 두려워 했고 자주 울었으나 그는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어떤 버튼처럼 이를 이용한다. 종아리에 넓고 긴 멍 자국이 자주 나는 아이, 가끔 친구를 집에 데려가면 걔가 보는 앞에서도 두들겨 맞아 소문이 안 좋게 난 아이, 입양된 아이라는 소문이 난 중학생이 나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생각하고 기획하고 실행한 이유가 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인연을 끊고 사는 게 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을, 의사를 포함한 여럿에게 들었다. 나는 무슨 기대를 가지고, 어떤 욕심 때문에 아직도 그를 버릴 수 없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 일까, 그가 준 상처와 결핍이 글을 쓰게 했다는 이유 때문일까. 찢겨도 걸었고 잘려도 멈추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환상을 믿지 않는다. 아주 대단한 사람을 원했던 것도 아니다. 다만 비가 많이 오는 날, 누구라도 물 웅덩이에 빠지지 않길 바라며 벽돌을 놔 주는 이 혹은 이런 길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이를 바랐다. 버리지 않았잖아, 굶기지 않았잖아, 낳아 주었잖아 라는 말로 나를 영원한 골짜기에 가두고 곪게 하는 사람은 정말로 기대하지 않았다. 남의 욕을 매일 하는 자에게 자란 인간은, 타인의 칭찬에 기쁘지 않다. 어색하고, 의아한 느낌만 가득하게 된다. 내게선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사랑이 많은 자의 향을 빌려 쓰고 애써 감추고 있을 뿐. 발랑이며 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리를 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