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 사이
우리 서로 사랑하면 안 됐었어. 네가 이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걸 알았다면 커플이 되지 않았을 거야. 20년을 바라보는 친구로 남아 있었겠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닮은 그런 남녀로.
10년의 우정보다 1년 반의 연인으로서 내가 더 컸다는이유로 우린 이별하게 됐지. 난 애인 보다는 친구인 네가 더 좋아서 다시 돌아가자고 했는데 넌 거절 했어. 이미 사랑해버린 사람을 예전처럼 볼 수 없다고 했던 네 말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 나.
이렇게 같을 수 있을까, 싶게 우린 잘 맞았었어. 뜬금 없는 산책 중에 전화를 하면 너도 걷는 중이라 했지. 한 자리에 앉아 서로의 추천 음악을 듣다 3시간이 지나가기도 했어. 달이 예쁘면 동시에 카톡을 하고,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를 위로하던 서강대 도서관 앞…
네가 분당으로 취업을 했지만 그래도 우린 여전 했어. 물론 회사에 나 같은 존재가 생겼다고 말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어. 네 베스트 프렌드는 나였으니까. 우리 둘이만 아는 이야기가 차고 넘쳤으니까…
널 잃을까 봐,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둔 내가 어리석었어. 잘 지내나 궁금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고, 곧 될 거야. 남은 건 너 포함 두 명이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우리 서로 사랑하지는 말자. 가장 가까운 사이로 남자. 오래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