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마을 이야기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by 이매송이

수줍음이 많아 낯을 가리는 나는 공간에게도 어색함을 느낀다. 게다가 촉감도 예민해서 옷을 좋아하지만 제일 먼저 보는 게 편안함 그 다음이 물 세탁이 가능한지의 여부다. 내가 입는 게 특이 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옷은 SPA에서 산다. 누구를 위한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브랜드, 그런데 튈 수가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찾고 평생 태어나 타 보지 못한 노선을 며칠째 이용하면서 미시감을 느꼈다. 그건 집 앞 뿐 아니라 일층 엘리베이터까지도 이어졌다. 그래서 보통 상가 편의점을 들렸다 가는 편인데, 오늘 거기서 뜻밖의 손님을 만났다.


작년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을 보게 된 거다. 어느새 중학교 일학년이 되었고 생각해보니 우리 집앞은 신능중이다. 비 오는데 늦은 시간까지 뭐 하냐고 하니 그냥 이리저리 돌아 다닌다고 했다. 그 둘은 남학생인데 초등학교 오학년 말 부터 가르쳤었다. 한 명은 너무 귀엽고, 한 명은 너무 잘 생겨서 내 사비를 들여서라도 아이돌로 만들고 싶어할 정도였다.


걔넨 옆집에 사는 친구 사이고 형편이 그리 녹록치 못하다.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매우 늦게 집에 들어 신다. 그 아이들은 늘 밖을 내 돌았다. 그게 안쓰러워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때의 나는 여전히 30대 중반이었지만 어떻게든 십대의 아이들과 대화 하기 위해서 무지 노력 했던 것 같다. 성품이 착한 애들이라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철퍼덕 바닥에 앉아서 분식을 먹거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구경하거나, 그냥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집에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처음엔 내가 먼저 알아 보았다. 나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긴가민가 표정들을 하다가 내가 “너네 그때 OOO학원 맞지? 선생님이 가르쳤던!” 하니 활짝 웃더라. 먹을 걸 사줄테니 편의점에서 고르라고 해도 아니라고 했다. 정말 정말 너무 사주고 싶어서 계속 물어 봤지만, 거절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말았다.


“선생님 이제 여기로 이사 왔으니 너희들 자주 만나게 되겠다. 다음에는 꼭 맛있는 거 사줄게.” 라는 말을 하고 돌아왔다. 햇빛마을에서만 살던 나는 샘터마을이 어려웠지만, 오늘 만난 두 학생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역시 난 단순한 사람…


자리를 뜨며 걱정되는 건 우산도 없이 편의점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부분이었다. 보통 부모님이 바쁜 이유는 ‘엄청 부자거나 그렇지 않다.’ 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 편의점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이건 가라뫼에서도 느낀 바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아무리 옛날 보다 나아졌대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음식은 직접 만든 것 보다 못 하니까…


고등학생을 가르쳐서 그들이 성인이 되는 일과 초등학생이었던 애들이 중학생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르다. 이제 그들은 청소년이 되었다. 여전히 구십도로 인사 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대로만 잘 컸으면 좋겠다, 건강하길 바란다.’ 등의 이러저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 위험하니 빨리 집에 들어갔으면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보다. 그러나 이런 날씨에, 것도 열 시가 가까운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이 무서워져서다.


어쨌든 너무 반가웠고, 잘 커줘서 고마웠다. 금방 또 곧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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