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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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이 집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다. 7년을 살았다. 반시에 이어 무멋을 만들 때 급하게 구한 곳이다. 다정한 건물주 덕분에 한번도 월세가 오르지 않았다. 103호에서는 숱한 눈물과 기쁨이 있었다. 많은 친구들이 방문 했었다. 가게를 운영 하느라 꾸밀 돈도 시간도 없었는데, 다들 이매송이 다운 공간이라고 말해 주었다. 둘이 살 때도 있었다. 날 배려 하느라 쉬는 날 저녁 같이 먹자는 그 한 문장을 내뱉지 않고, 늦은 밤 혼자 치킨을 먹었던 사람이었다. 배달 되는 음식이 그것 뿐이었다고 후에 그가 말했다. 외로웠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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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안 든다, 작업실 같다, 터가 좋지 않다 등등의 이유로 여기를 떠나라고 그네들이 조언 했다. 그러나 사랑과 사람이 103호에 있었다. 내 사람의 흔적과 끈이 이어져 놓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넘겨 준 무멋이 다시 팔려 뻔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되었을 때에서야 고민을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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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동생의 지휘 아래 나의 이사 계획은 시작 됐다. 사실 난 아직 주소도 모른다. 앞으로 살 집을 가 보지도 않았다. 행신 4동에서 행신 2동이 되는 것이 서운하다. 바닥을 치는 삶 속에서 임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둘의 도움을 받았다. 그들 앞에서 자꾸 작아졌다. 신세 지는 걸 몹시 싫어하는 내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던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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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라와 끝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10평이 조금 넘는 보통의 월세집, 내게는 많은 걸 해 내고, 배우고, 용기를 준 소중한 1.5룸을 채워 준 내 사랑들. 쇼파, 청소기, 드라이기, 샤워봉, 문 앞의 나무 발, 전자레인지, 빨래 건조대, 가습기, 제습기, 행거…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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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기도 쉬운 행신동 234-4, 여기서 등단을 하고 싶었다. <OO>라는 상호를 지어 준 한 똑똑한 이에게 평생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다는 그와, 내가 평생 받을 애정을 다 준 그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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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하나 빌려 짐을 다 싣고, 당일에 매우 어렵게 조립해야 하는 침대와 행거를 뚝딱 만들고, 하루에 다 끝내야 된다고 응원까지 해 준 무멋2 사장님과 묵묵히 짐을 풀던 (99%가 내 것이었지만…) 무멋1 사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처음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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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곧 결혼 하고, 다른 한 명은 이미 꿈을 이루었지만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나는 지금 이 수많은 책을 넣을 책장이 있으려나 염려 가득이다. 옷들도 한 방에 다 둘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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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쎄게 보지만, 실은 외강내유다. 싫증도 잘 낼 것 같다지만, 아니다. 연애도 길게 하는 편이고, 물건도 오래 쓴다. 3달 전 일어난 사고만 아니었다면 10년 넘게 지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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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이것저것 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몸이 아파서 어쩌지 하는 마음이다. 모두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이별해야 하는 존재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안녕, 나의 소유였던 무언가들아… 그래도 사랑해.